11화. 어둠을 가른 여린 빛
어둠을 가르며 서 있는 작은 불빛이 있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본다.
금세라도 사라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빛이기에
볼을 스치는 바람에도 겁이 난다.
어두운 공간을 향해 반항이라도 하듯,
그 작은 빛은 쉼 없이 제 존재를 밝혀내고 있었다.
지나온 밤들,
조금의 어둠조차 견디기 싫어
모두가 지쳐 있는 시간에도,
나는 온 방의 불을 밝히고
눈을 감지 않으려 애썼다.
어둠조차 이 작은 공간을 넘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말없이 내 모습을 지켜보던 불빛.
녹아버리고 달아버린 작은 초 하나가
여전히, 어린 마음처럼 큰 원을 그리며
어둠을 쫓고 있었다.
오늘 밤,
어둠을 거부하며 희미하게 밝아진 저 빛 둘레에
함께 있고 싶은 얼굴이 있다.
나는 조용히, 그 얼굴을 그려본다.
그때의 너야,
작은 불빛 하나에도 마음을 다해 눈을 돌리던 너.
바람에도 겁을 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빛을 지켜보던 너를
지금의 나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눈 감지 않으려, 마음을 닫지 않으려
버텨내던 그때의 너.
참 고맙고 대견하다.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등을 돌렸지만,
너는 작은 빛 하나에도 용기를 내고
작은 공간에도 따뜻함을 품었다.
그 마음 덕분에,
지금의 나도 여전히 누군가를 그릴 수 있고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
고맙다, 그때의 너야.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