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첫 이별, 마지막 불빛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하늘이
검푸른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모진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그 속에서 나의 바다는 거세게 요동친다.
시간은 여전히 째깍거리며 흐르지만,
그 초침의 따가움조차
이제는 무뎌져 버렸다.
앞으로만 밀려오는 전율 속에서
갈매기는 울부짖고,
시달린 까만 밤은
하얗게 번지듯 채색된다.
그 밤엔 별빛도, 달빛도 없다.
하늘이 무너지는 그 어스름 아래선
모든 빛이 숨을 죽인다.
봄의 열기에 녹아내린 눈처럼
겨우내 굳어 있던 너의 모습도
얼음 속에서 서서히 깨져 내린다.
축축한 대지처럼,
내 마음도 스며드는 그리움에 젖어간다.
어둠 속, 빛의 발기는
희미하게나마 네 모습을 토해낸다.
나는 조심스레 초를 들고
그 어둠 속 네게 다가서려 하지만
어둠은, 차갑게 그것마저 거부해 버린다.
캄캄한 밤이지만
그 안의 열기는 오열처럼,
고요히 나를 적신다.
너는,
내 영상 속에 잠들어 있다.
첫 이별의 순간,
그때 느꼈던 깊은 통증의 전율처럼.
그때의 너야,
하늘은 무너지고,
바다는 울고 있었지.
그 무너짐 속에서
너는 애써 버티고 있었구나.
별도 달도 보이지 않던 밤,
어둠은 너의 손을 놓고
너는 그 속에서
조용히 울음을 삼켰지.
그 무너지는 모든 것 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려
너는 촛불 하나 들어 올렸고,
비록 어둠은 그것을 거부했지만
너의 마음만큼은
끝끝내 지워지지 않았어.
그 밤의 열기,
그 오열의 흔적은
지금도 나에게 전해져 와.
너의 첫 이별이 남긴 전율,
그것은 아픔이 아니라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증거였어.
그렇게 아팠던 그때의 너,
참 애썼고
참 잘 견뎌주었구나.
고마워,
그때의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