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노을 속에 숨어버린 기억
노을 진 저녁하늘,
얇은 단운 속에 스며드는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혼잡했던 마음도
붉게 물들어 조용히 흐르는 구름처럼 잠잠해진다.
그 순간,
외롭지도, 혼자이지도 않았던 지난날의 내가
문득 떠오른다.
왠지 단운 속에 깊이 스며든 시간 속에서
바래져 가는 옛 친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하늘 저편, 고요한 저녁의 끝자락에서
외톨박이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래를 퍼덕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지금의 나와 닮아 있었다.
그 새처럼, 나 역시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다는 쓸쓸함에 젖어든다.
나는 그 외로움을 모른 척하며
기억 속의 겨울로 숨어든다.
그땐, 철없던 나였기에
눈 내리는 날이면 온밤을 걷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눈 내리는 날이면
되레 기억을 지우기 위해 줄담배를 물고,
긴 한숨으로 무언가를 지워내려 한다.
온통 노을빛으로 채색된 이 공간, 이 시간.
누군가와 대화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지는 저녁이다.
외톨박이 작은 새마저
제 짝을 찾아 노을 속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이제 남은 건
노을에 젖은 나 하나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열심히 기억하려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을—
지금 이 순간, 이 노을빛 안에서.
그때의 나야,
넌 정말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을
어쩌면 너무 조용하게 꺼내 썼던 것 같아.
단운 사이를 흐르던 종소리,
외톨박이 새 한 마리,
붉게 물든 하늘을 혼자 바라보던 너.
지금의 나는 그 모든 장면들을
그냥 ‘기억’이 아니라
너의 고백이라고 생각해.
줄담배와 한숨,
그건 지우려는 몸짓이 아니라
잊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지.
이제는 말해줄 수 있어.
그 외로움은 너만의 것이 아니었고,
그 고요는
언젠가 다시 꿰매질 시간이었단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너를 꿰매듯 껴안아본다.
노을처럼 따뜻하게,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