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 시간을 건너 쓰는 편지

4화. 봄, 아직 가슴에 남아

by 하오빛

봄바람이 불었다.


대지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딱딱하게 얼었던 땅이 서서히 풀리고,

굳게 다물었던 대지의 입술 사이로

찐한 황토흙 냄새가 올라왔다.


소나무는 여전히 늘 푸른 자태로

자신의 색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봄의 눈부신 푸름에

지기 싫은 듯, 더 어깨를 쫙 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봄이 단지 따뜻한 계절이 아니라

‘기적의 시작’이라는 걸 느꼈다.


대지의 색이 바뀌고,

생명의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번져오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내 마음 한쪽은

아직 ‘가고 있는 계절’을 붙잡고 있었다.

하얀 계절, 겨울.

차갑지만 순결했던 그 계절은

봄이라는 생명의 물결 앞에서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려 한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었다.

아직, 그 계절이 내 가슴에서 다 녹지 않았다.

너무 순결했기에,

너무 조용했기에

아직도 남아 있는 그 계절의 기척은

봄의 푸름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봄은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계절이다.

시작이면서, 작별이기도 하니까.


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때의 나야,


너는 봄이 오는 걸 보며

계절의 시작보다 떠나는 계절을 먼저 생각했구나.


사람들은 보통,

봄이 오면 꽃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새로움에 설레지만,

너는 그 푸름 속에서

겨울이 빠져나가는 소리를 먼저 들었어.


나는 그 감수성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

계절을 계절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온도와 빛과,

그리고 ‘떠나는 것들’을 함께 바라본 너.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무언가가 사라질 때

그것을 소중히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어.


고마워.

그 계절을 그렇게 예민하게 느꼈던 너 덕분에

지금의 나는

더 풍성한 감정으로 봄을 맞이할 수 있단다.


그리고 아직도—

그해 겨울은 내 안에서 다 녹지 않고 있어.

그래서 나는 지금도 봄이 오면,

그해 겨울을 먼저 떠올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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