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고, 혼자 쓰지 마세요.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메일을 받고 방방 뛰던 날을 기억한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설렘, 나의 글이 인정받았다는 기쁨, 그리고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거라는 희망.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점점 글감은 바닥나기 시작했다.
사실 쓸 얘기는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것 같았다. 댓글 하나 없는 글들이 쌓여갈 때마다,
이 글쓰기 플랫폼에서 나는 홀로 서있었다.
마치 외딴섬에서 혼자 외치는 사람 같았다.
북토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하진 작가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브런치를 3년쯤 했는데, 평균적으로 1년마다 댓글 다는 작가님들이 바뀐다고.
스치듯 한 말이었는데,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브런치에 혼자 외치듯이 계속 써내려 가는 게 정말 옳은 걸까?"
"이렇게 쓰다가 지쳐서 결국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일까?"
사실...
나도 그 통계 안에 포함될 뻔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4년째 매일 브런치 글을 발행한다는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그 꾸준함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덜컥 그분의 새벽독서모임을 신청했다.
매달 20만 원씩 내고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그 작가님의 말을 한 시간 듣는 거였다.
10개월을 그렇게 했다. 매달 2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그 모임에서 읽은 책이나 그분의 가르침을 듣는 것보다, 사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그것 만으로도 나를 지속하게 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모임을 시작으로 나의 글쓰기 철학은 여러 변천사를 겪었다.
그분은 "되든 안 되든 매일 써라" 파였다. 매일 발행을 신앙처럼 믿는 분이었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은 시간에 발행만 했을 뿐인데 나는 이렇게 되었다. 당신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냥 하면 된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써라를 강조했다.
그 말을 듣고 6개월동안 매일 발행하던 한 작가님이 있었다.
원래 그분의 브런치 채널에는 그 작가만의 특색이 있었는데, 매일 발행하면서 그 특색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 한분뿐 아니라, 여러 작가님이 시도했다가 오래 지나지 않아 현타가 와서 모임도 떠나고 글쓰기도 떠났다.
단지, 사람의 의지력, 간절함, 믿음이 약해서라고 개인 탓으로 치부하기엔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나는 옆에서 그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매일 발행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마인드를 바꿨다.
"매일 발행은 하지 않되, 매일 쓰기는 한다."
글쓰기도 근육이기에 매일 하는 것은 필요하니까, 서랍 안에 글을 쌓아두고, 마음에 들면 발행했다.
그런데 최근 북토크를 준비하며 여러 프로 작가님들 조언을 들으면서 또 한 번 생각이 바뀌었다.
어떤 글이든 끝을 내고 완성해야 한다는 김하진 작가님의 조언과, 한 편의 글을 발행하기 위해 2주간 50번 이상의 퇴고를 했다는 문하연 작가님의 말을 들으며 알았다.
매일 쓰기보다 중요한 건 매일 점검(퇴고)이었다.
북토크에서 김하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신춘문예 등단을 해도, 책 출간 중쇄를 찍어도 변한 건 없습니다. 글을 쓴다고 변하는 건 없습니다."
그 말이 슬펐지만, 동시에 위안이 되었다.
혼자 쓰다 지쳐서 떠나는 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글로 성과를 바라기 보다 글을 어쨋든 꾸준히 쓰고 싶었다.
그렇다면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너같이 많이 읽는 애는 언젠가 쓰게 된다. 애벌레처럼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되는 거야."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된다. 그리고 쓰는 사람은 더 많이 읽게 된다.
1년이 지나도 브런치에서도 계속 남아있기 위해서,
당장 나의 부족한 글과 혼자 외치는 고독함을 이겨내야 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먼저, 계속 읽는 사람으로 남으면 된다.
그리고 여기에 지름길이 하나 더 있다.
내 옆에 계속 읽고 쓰는 사람들을 두고 함께 하면 된다.
당신 주위 사람의 평균이 곧 당신이다.
- 짐 론,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원칙>
부자는 부자와 만나고,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과 어울린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만나고 관계를 이어온 사람들은 내가 선택해 온 길이다.
곧, 주위에 누가 있느냐가 당신을 말해준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는 것, 그것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나는 이렇게도 말하고 싶다.
당신 주위의 글 쓰는 사람 글 평균이 곧 당신의 글이다.
- 아호파파
혼자 쓰면,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다. 혼자 읽으면, 혼자만의 취향에 갇힌다.
하지만 함께 쓰는 사람들 곁에 있으면, 그들의 문장은 내 문장을 자극한다.
함께 읽는 사람들과 있으면, 그들의 시선이 내 시야를 넓힌다.
독서와 글쓰기는 결국 관계 속에서 더욱 자란다.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옆에 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혼자 읽고, 혼자 쓰지 않기로 했다.
읽고 쓰는 사람들과 같이 함께 하기로 했다.
이번 릴레이 북토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좋은 기획을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북토크만 봤다.
작가를 섭외하고, 기획을 짜고, 행사를 연 것만 봤다.
그런데 사실 북토크는 빙산의 일각이다.
진짜 심혈을 기울인 것은 따로 있었다.
2025년 6월부터 시작했다.
뜻이 맞는 작가 분들과 독서모임을 준비해 왔다.
어떻게 하면 참가자들이 진짜 독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질문으로 더 풍성한 모임과 대화를 이끌어낼까? 작가와 진행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여러 실험을 거쳤다.
전문가의 조언들도 많이 참고했다. 비싼 강의료를 내고 독서모임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이끌어온 진행자분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나는 준비 없이 판을 벌리지 않는다.
실험 없이 뛰어들지 않는다.
스케일을 키우려면 작은 시행착오로 다져진 시스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준비해 온 우리는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시간, 6개월.
그리고 이 가치를 함께 할 분들에게 전하는 일만 남았다.
북토크를 참여하고 끝날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저 작가님과 만남이 오늘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북토크는 다수를 대상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지만, 나는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작가와 나를 서로 알아가고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작가와 여러분이 계속 연대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여러분도 좋아하고 작가도 좋아하는 책으로.
책을 통해 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그게 우리의 목표다.
소수 정예로 모여서 3개월간 온라인 독서모임을 연다.
한 달에 한 분씩, 세 달간 세 분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작가가 선정한 책을 한 달에 한 번씩 읽는다.
혼자 글쓰기 하는 분들은 함께 책도 읽고 글 쓰는 동지를 얻게 된다.
북토크는 만남의 시작이다.
이제 독서모임은 그 만남을 이어가는 다리가 될 것이다.
독자와 독자가, 서로 좋은 사이가 되는 시간.
책과 문장사이로 만난 작가와 이어지는 시간.
혼자였던 독서가 함께하는 읽기가 되는 시간.
너와 나 사이.
독자와 작가 사이.
사이좋은 우리 사이.
문장사이로 시작한 우리,
계속 좋은 사이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이가 열렸다.
PS.
이제 몇 자리 남지 않았다.
신청마감이 되면 해당 신청링크를 지우도록 하겠다.
혼자 읽고 쓰지 말자.
함께 읽고 쓰자.
북토크 작가와 여러 브런치 작가들과 함께...
※신청마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