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기록의 결 05화

[기록의 결] #05 닿을 듯 닿지 않았던

잊혀진 계절, 오랜 기억 속에서

by 결이

꿈을 꾸었다.

장소는 낯선 듯 낯설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그 속에서 너는 평소와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너는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웃었던 것 같다.

함께 웃으며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 평범하고 따뜻한 대화였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오해도, 아픔도, 과거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자리에서

너를 향한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나를 뚫고 지나갔다.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자리를 피했다.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네가 나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너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랐지만,
어디선가 가슴 깊은 곳까지 환하게 퍼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것은 오랜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닿은 온기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조용한 감정의 눈물 같은 것이었다.

어딘가 도착해서, 우리는 다시 흩어졌다.
나는 우산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너는 누군가의 부름에 이끌려 사라졌다.

나는 우산을 찾다가,
너를 잃었다.

뒤돌아보았을 때,
너는 이미 멀리 있었다.

꿈에서 깬 후,
가슴 한쪽이 허전했다.

행복했지만,
결국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조용히 너를 바라보던 날들,
너를 이해하려 했던 마음,
그리고 결국 네가 없는 세상에 나 혼자 남게 된 감정까지.

모두 꿈처럼 흩어졌다.

나는 여전히 그 우산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를 피하려고, 아니면 네가 남긴 온기를 잊지 않으려고.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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