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흐린 풍경 속에서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시원하다기보단,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새 생명이 자라는 봄비인데도
산뜻하기보단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늦지 않으려 일찍 집을 나서던 길.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젖은 길 위를 조심스럽게 걷던 발걸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맡았던
촉촉한 비 냄새마저도 아직 선명하다.
버스는 늘 붐볐고,
좁은 공간에 우산까지 함께하니 정신이 없었다.
비에 젖은 사람들 틈에서
잠깐의 숨 돌릴 틈조차 없었지만,
몇 정거장 지나고 자리가 나면
그제야 여유를 찾게 된다.
창밖을 따라 흘러내리던 빗방울,
그걸 멍하니 따라가며 생각 없이 바라보던 그 시간들.
지금 떠올리면 그 순간들이
괜히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시외 지역으로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그 시절의 풍경은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비 내리는 도로를 보다 보면
가끔 그때의 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