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기록의 결 03화

[기록의 결] #03 비 오는 날, 오래된 기억 하나

오래된 기억, 흐린 풍경 속에서

by 결이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시원하다기보단,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새 생명이 자라는 봄비인데도

산뜻하기보단 옷깃을 여미게 되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늦지 않으려 일찍 집을 나서던 길.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젖은 길 위를 조심스럽게 걷던 발걸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맡았던

촉촉한 비 냄새마저도 아직 선명하다.


버스는 늘 붐볐고,

좁은 공간에 우산까지 함께하니 정신이 없었다.

비에 젖은 사람들 틈에서

잠깐의 숨 돌릴 틈조차 없었지만,

몇 정거장 지나고 자리가 나면

그제야 여유를 찾게 된다.


창밖을 따라 흘러내리던 빗방울,

그걸 멍하니 따라가며 생각 없이 바라보던 그 시간들.

지금 떠올리면 그 순간들이

괜히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시외 지역으로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그 시절의 풍경은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비 내리는 도로를 보다 보면

가끔 그때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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