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라는 계절에 물들다

하와이에서 살아가기로 했다..

by Vivienne Hawaii

하와이 여행을 유난히 좋아하던 나의 오랜 소원은,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1년에 한 번은 하와이에 ‘사치’처럼 머무는 것이었다.

우리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특별한 사이였기에, 그런 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를 처음 친언니에게 꺼냈을 때,

언니는 하와이의 병원 시스템이나 인프라 등을 걱정하며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준비도 필요하지 않겠니?”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서 처음 몇 년은 ‘그냥 하와이 여행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잠깐의 감정이라고 넘기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여보, 10년 뒤에는 하와이에 가서 살고 싶어.”


그는 물었다.

“왜? 이유가 뭐야?”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하와이 바람이 너무 좋아. 나를 자석처럼 끌어당겨.

그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노인 복지 일을 하고 싶어. 그리고 어바인 집은 나한테 너무 커서 불편해.”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이 집에 살 테니까, 나 죽고 나면 너 혼자 하와이 가서 살아.”


물론, 그의 반응은 당연했다.

한국도 아니고, LA도 아닌, 뜬금없는 하와이라니.

여행 중 느낀 일시적인 감정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가 이해 못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일방적인 기대를 했던 것이었다.

‘소울메이트라면 내 생각을 당연히 이해해 줄 거야.’

그건 내 이기적인 믿음이었다.


그 후로 한동안, 체념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거라며.


하지만 하와이에 살고 싶다는 바람은 내 안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대화를 하다..


몇 개월 뒤, 나는 다시 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와이에 작은 콘도를 하나 사서 월세를 놓고,

훗날 내가 혼자가 되면 수리해서 살면 어떨까?”


이번엔 그는 곧장 거절하지 않았다.

“고민해 볼게.”


그 무렵 우리는 우연히,

알래스카에서 하와이로 이주한 지인 부부를 만나게 되었고 하와이에 대한 그들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하와이 한 달 살기를 계획하게 되었다.


하와이에 도착.. Royal Hawaiian


하와이의 바람이 나를 에워싸고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하와이만의 맑은 공기와 적당한 습도는

몇 년을 괴롭히던 내 비염을 며칠 만에 가라앉혀 주었다.

이곳은 폴리네시안 원주민의 따뜻한 정서와 일본 이민자들의 배려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또 한국 초기 이민의 역사가 깊어 한국인 커뮤니티도 점점 활기를 띠는 곳이다.


남편은, 하와이에 도착한 후 소개받은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매물을 둘러보다가, 호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그를 감싸 안고,

마치 무언가를 깨닫게 하듯 그를 에워쌌다.


그는 말했다.

“그 바람 속에서, 당신이 왜 하와이에 오고 싶어 했는지

모든 퍼즐이 맞춰지듯 이해됐어.”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여보! 나도 당신과 함께 하와이로 올게. 우리 함께 이곳에서 살자!”


나는 놀라 그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정말요? 고마워요.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는 게, 나에겐 가장 큰 선물이야.”


Outrigger Canoe Club에서 바라본 바다


남편은 미국에서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 대학 강의와 방송, 경영 자문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나를 만나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고, 이제는 하와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를 향해 또 한 번의 인생 전환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말한다.

“인생을 현명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은, 당신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경력 단절 없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지지해 주는 거야. 그게 내가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야.”


그 말이, 그의 사랑 방식이었다.


이제 우리는

꿈과 희망을 안고,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하와이로 달려간다.


그렇게, 우리는 하와이에서 살아가기로 했다.


keyword
이전 01화프롤로그.. 봄을 기다리던 반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