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진실

by 이호창

++++ 제11장: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진실


1. 차지원의 고백 생중계



방송은, 그렇게 끝났다.

아니,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찢겨나간 것이었다.

차지원의 마지막 단어가, 공기 중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화면은, 검게 변했다.

정론일보 로비의 거대한 스크린도.

대한민국 수백만 명의 스마트폰과 TV 화면도.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암흑에 휩싸였다.

그것은, 단순한 방송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힘의 과시였다.

이 모든 서사를, 단 하나의 손가락으로, 소멸시켜 버릴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신의, 명백한 경고였다.


---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LA의 빅터였다.

그의 스튜디오 모니터 위로, ‘FEED LOST’라는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였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광기로, 그리고 환희로, 번뜩이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평생을 기다려온,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음모론이,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방송 송출 버튼이 여전히 켜져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거의 울부짖듯이, 외치기 시작했다.


“보셨습니까,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순교자의 피를 목격한, 첫 번째 사도처럼, 성스러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여러분은, 지금, 역사의 순간을 목격하셨습니다.

그들이, 그녀를, 소멸시켰습니다.

우리의 눈앞에서.

‘미래 설계자들’은, 실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성경이, 자신들의 가장 깊은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마침내, 그들의 진짜 힘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는, 차지원의 방송을, ‘진실을 폭로하는 용기 있는 행위’에서, ‘조직의 비밀 경전을 낭독하는 성스러운 의식’으로, 완벽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는, 이 새로운 서사의, 첫 번째 창조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동지 여러분.

슬퍼하지 마십시오.

분노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이것은, 시작입니다.

카산드라, 그녀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에게 남겨준, 그 마지막 유언.

그녀가 읽었던 그 소설의 첫 구절들을,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의 새로운 성경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는, 방금 전 차지원이 읽었던 『그림자 연극』의 서장을, 자신의 모니터 위로 띄웠다.

“‘가장 위대한 애국은, 때로는 가장 위대한 배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철학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저 거대한 악의, 심장입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카산드라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이 성스러운 텍스트의 의미를, 온 세상에, 전파해야 합니다.”


빅터는, 이 모든 혼돈을, 자신의 새로운 종교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차지원이 던졌던 이성의 불씨는, 그렇게, 광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불길 속으로, 흔적도 없이, 흡수되어 버렸다.


---


그 시각, 이수연은, 자신의 은신처, 어두운 방 안에서, 검게 변한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위스키 잔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알았다.

이것이, 누구의 솜씨인지를.

며칠 전, 자신의 디지털 요새를, 종잇장처럼 찢고 들어왔던, 바로 그 유령.

‘우리는, 존재를, 삭제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다시, 울리는 듯했다.

그들은, 정말로, 그것을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한 개인의 목소리를, 아니, 어쩌면 아시아 대륙 전체의 인터넷망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주무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차지원의 안위에 대한, 그런 종류의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에 대한, 지독히 이기적인 공포였다.

그들은, 경고했다.

‘화성’이라는 이름을,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하지만 차지원은, 비록 그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비밀의 가장 깊은 뿌리, ‘구한말부터 이어진 가문들’과 ‘토지’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해 버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린 것은, 바로 자신, 이수연이었다.

그렇다면, 저 유령들의 눈에, 자신과 차지원은, 어떻게 보일까.

그들은, 과연, 자신과 차지원을, 구분할까.

아니면, 그저, 자신들의 신성한 숲을 위협하는, 두 마리의 성가신 불나방으로 여기고, 함께, 태워버리려 할까.

이수연은, 자신이, 강태준이라는 호랑이를 피하려다, 이름 모를 용의 둥지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방이, 절벽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계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강태준의 펜트하우스.

그곳 역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검게 변한 거대한 스크린을, 분노가 담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완벽한 설계도.

이수연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 모든 혼돈을 잠재우고, 자신이 구원자로 등극하려 했던, 그 완벽한 마지막 악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체불명의 연출가에 의해, 난도질당해 버렸다.

이것은, 그의 연극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무대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 게임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그의 머릿속은, 의심으로 가득 찼다.

이것은, 누구의 힘인가.

송진우 회장인가.

아니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원로 그룹’의, 숨겨진 힘인가.

혹은, 이수연.

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또 다른 세력과, 손을 잡은 것인가.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그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었다.

그의 질서의 세계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그는, 이 균열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계획을, 실행해야만 했다.

그는, 비서관을 불렀다.

“당장, 검찰 총장에게, 연락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이수연에 대한 모든 증거를, 오늘 밤 안으로, 넘긴다.

내일 아침, 대한민국 모든 신문의 1면은, 이수연의 체포 소식으로, 도배되어야 해.”

그는, 이 혼돈을, 자신이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더 큰 혼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


그리고, 그 모든 혼돈의 진원지.

차지원의 집.

서재.

그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정전.

그리고 통신의 두절.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저항이, 이토록 허무하게, 짓밟혔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기이한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맞서 싸우는 상대가, 이수연이나, 강태준 같은, 인간적인 악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것은,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근원적인, 어떤 시스템 그 자체라는 예감.

그 예감은, 그녀를, 두렵게 하는 대신, 이상하게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진실을 외쳤다.

신들이,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툭.’

방 안의 스탠드 조명이, 깜빡이며, 다시 켜졌다.

정전이, 끝난 것이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도, 다시, 푸른빛을 뿜어내며, 켜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인터넷 뉴스 창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그 짧았던 방송이, 세상에, 어떤 파문을 일으켰는지를.

빅터가, 자신의 소설을, ‘미래 설계자들의 성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자신이 읽었던 그 문장들의 의미를 두고, 수만 가지의, 기이한 해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그리고, ‘차지원’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이제는 ‘순교자’이자 ‘성녀’로, 추앙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그녀는, 경악했다.

자신이 던졌던, 이성의 돌멩이가.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가장 끔찍한, 광신의 씨앗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 연극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새로운 연극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진실.

그것은, 진실 그 자체는,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직,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이, 모든 것을 움직인다는.

그녀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그녀가 쓴 소설의 제목처럼, 그녀는, 이 거대한 세상의, 그림자 연극 속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할을 맡은, 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2. 소설과 현실, 그리고 거짓의 대질심문


방송은, 그렇게 끝났다.

아니,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찢겨나간 것이었다.

차지원의 마지막 단어가, 공기 중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화면은, 검게 변했다.

정론일보 로비의 거대한 스크린도.

대한민국 수백만 명의 스마트폰과 TV 화면도.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암흑에 휩싸였다.

그것은, 단순한 방송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힘의 과시였다.

이 모든 서사를, 단 하나의 손가락으로, 소멸시켜 버릴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신의, 명백한 경고였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LA의 빅터였다.

그의 스튜디오 모니터 위로, ‘FEED LOST’라는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였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광기로, 그리고 환희로, 번뜩이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평생을 기다려온,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음모론이,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방송 송출 버튼이 여전히 켜져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거의 울부짖듯이, 외치기 시작했다.


“보셨습니까,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순교자의 피를 목격한, 첫 번째 사도처럼, 성스러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여러분은, 지금, 역사의 순간을 목격하셨습니다.

그들이, 그녀를, 소멸시켰습니다.

우리의 눈앞에서.

‘미래 설계자들’은, 실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성경이, 자신들의 가장 깊은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마침내, 그들의 진짜 힘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는, 차지원의 방송을, ‘진실을 폭로하는 용기 있는 행위’에서, ‘조직의 비밀 경전을 낭독하는 성스러운 의식’으로, 완벽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는, 이 새로운 서사의, 첫 번째 창조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동지 여러분.

슬퍼하지 마십시오.

분노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이것은, 시작입니다.

카산드라, 그녀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에게 남겨준, 그 마지막 유언.

그녀가 읽었던 그 소설의 첫 구절들을,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의 새로운 성경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는, 방금 전 차지원이 읽었던 『그림자 연극』의 서장을, 자신의 모니터 위로 띄웠다.


“‘가장 위대한 애국은, 때로는 가장 위대한 배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철학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저 거대한 악의, 심장입니다.

이제부터, 우리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카산드라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이 성스러운 텍스트의 의미를, 온 세상에, 전파해야 합니다.”


빅터는, 이 모든 혼돈을, 자신의 새로운 종교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차지원이 던졌던 이성의 불씨는, 그렇게, 광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불길 속으로, 흔적도 없이, 흡수되어 버렸다.


그 시각, 이수연은, 자신의 은신처, 어두운 방 안에서, 검게 변한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위스키 잔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알았다.

이것이, 누구의 솜씨인지를.

며칠 전, 자신의 디지털 요새를, 종잇장처럼 찢고 들어왔던, 바로 그 유령.


‘우리는, 존재를, 삭제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다시, 울리는 듯했다.

그들은, 정말로, 그것을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한 개인의 목소리를, 아니, 어쩌면 아시아 대륙 전체의 인터넷망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주무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차지원의 안위에 대한, 그런 종류의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존에 대한, 지독히 이기적인 공포였다.

그들은, 경고했다.

‘화성’, '퓨처시티'라는 이름을, 다시는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하지만 차지원은, 비록 그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비밀의 가장 깊은 뿌리, ‘구한말부터 이어진 가문들’과 ‘토지’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해 버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린 것은, 바로 자신, 이수연이었다.

그렇다면, 저 유령들의 눈에, 자신과 차지원은, 어떻게 보일까.

그들은, 과연, 자신과 차지원을, 구분할까.

아니면, 그저, 자신들의 신성한 숲을 위협하는, 두 마리의 성가신 불나방으로 여기고, 함께, 태워버리려 할까.


이수연은, 자신이, 강태준이라는 호랑이를 피하려다, 이름 모를 용의 둥지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방이, 절벽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계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강태준의 펜트하우스.

그곳 역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검게 변한 거대한 스크린을, 분노가 담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완벽한 설계도.


이수연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 모든 혼돈을 잠재우고, 자신이 구원자로 등극하려 했던, 그 완벽한 마지막 악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체불명의 연출가에 의해, 난도질당해 버렸다.


이것은, 그의 연극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의 무대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 게임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그의 머릿속은, 의심으로 가득 찼다.


'이것은, 누구의 힘인가?

송진우 회장인가?

아니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원로 그룹’의, 숨겨진 힘인가?

혹은, 이수연.

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또 다른 세력과, 손을 잡은 것인가?'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그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었다.

그의 질서의 세계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그는, 이 균열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계획을, 실행해야만 했다.


그는, 비서관을 불렀다.


“당장, 검찰 총장에게, 연락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이수연에 대한 모든 증거를, 오늘 밤 안으로, 넘긴다.

내일 아침, 대한민국 모든 신문의 1면은, 이수연의 체포 소식으로, 도배되어야 해.”


그는, 이 혼돈을, 자신이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더 큰 혼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혼돈의 진원지.

차지원의 집.

서재.

그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정전.

그리고 통신의 두절.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저항이, 이토록 허무하게, 짓밟혔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기이한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맞서 싸우는 상대가, 이수연이나, 강태준 같은, 인간적인 악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것은,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근원적인, 어떤 시스템 그 자체라는 예감.


그 예감은, 그녀를, 두렵게 하는 대신, 이상하게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진실을 외쳤다.

신들이,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툭.’


방 안의 스탠드 조명이, 깜빡이며, 다시 켜졌다.

정전이, 끝난 것이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도, 다시, 푸른빛을 뿜어내며, 켜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인터넷 뉴스 창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그 짧았던 방송이, 세상에, 어떤 파문을 일으켰는지를.

빅터가, 자신의 소설을, ‘미래 설계자들의 성경’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자신이 읽었던 그 문장들의 의미를 두고, 수만 가지의, 기이한 해석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그리고, ‘차지원’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이제는 ‘순교자’이자 ‘성녀’로, 추앙받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그녀는, 경악했다.

자신이 던졌던, 이성의 돌멩이가.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가장 끔찍한, 광신의 씨앗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 연극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새로운 연극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진실.

그것은, 진실 그 자체는,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직,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이, 모든 것을 움직인다는 사실.


그녀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그녀가 쓴 소설의 제목처럼, 그녀는, 이 거대한 세상의, 그림자 연극 속에서, 가장 비극적인 역할을 맡은, 배우에, 불과했던 것이다.



3.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은 깊은 안개 속에서 깨어났다.

그것은, 기상학적인 안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과 거짓, 믿음과 의심이 뒤섞여,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게 된, 인식의 안개였다.

차지원의 방송이 강제로 중단된 그 밤 이후, 나라는 거대한 질문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왜 멈춰야만 했는가.

누가, 그녀를 멈췄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그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인가.


세상은, 미완성으로 남겨진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각자의 욕망으로 채워 넣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 서울의 지하철 2호선은, 거대한 쇳덩어리가 아니라, 수백만 개의 불안과 억측을 실어 나르는, 거대한 혈관과도 같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사각형의 창 안에서, 그들은 각자 다른 진실을, 소비하고, 또 전파하고 있었다.


여의도 증권가로 향하는 한 칸의 객차 안.

어젯밤, 차지원의 방송을 뜬 눈으로 지켜본 30대의 펀드매니저는, 빅터의 유튜브 채널을 보며,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선배님.

어제 차지원 방송 보셨죠.

빅터 말대로, 그녀가 읽던 건 소설이 아니라, 미래 설계자들의 내부 문서가 확실합니다.

그녀가 말했던 ‘구한말부터 이어진 가문들’과 ‘경기도 토지’.

제가 밤새 분석해봤는데, 과거 화성 퓨처시티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 중, 아직도 그쪽 땅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장사 리스트입니다.

오늘 아침, 시장이 열리자마자, 저 종목들부터 공매도를 쳐야 합니다.]


그의 메시지는, 논리적인 분석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빅터가 만들어낸 광신적인 믿음과, 자신의 직업적 탐욕이 결합된, 위험한 도박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날 아침, 여의도에, 수만 명에 달했다.


오전 9시.

증권 시장이 열리는 순간, 거대한 폭풍이, 코스피 지수를 덮쳤다.

‘미래 설계자들 연관주’라는, 실체 없는 딱지가 붙은, 수십 개의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맥없이, 수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비명이, 객장의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허구의 이야기가, 이제 현실의 돈을, 수조 원 단위로, 증발시키고 있었다.

괴물은,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라는 심장을, 직접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각, 차지원이 강의하던 대학의 캠퍼스는, 내전 상태에 빠져 있었다.

며칠 전, 폭력 사태를 주도했던 시위대는, 차지원의 방송 중단 이후, 더욱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진짜 권력’에 의해 증명되었다고 믿었다.

그들은, 캠퍼스 본관 앞에, 거대한 텐트를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그들의 요구는, 이제 차지원의 파면을 넘어, ‘대학 내에 숨어있는 미래 설계자들 숙청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황당무계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해 있었다.


반면, 일반 학생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성적인 캠퍼스가, 광신도들의 해방구로 변해버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위대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현실의 강의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교수들은, 겁에 질려, 침묵했다.

지성의 상아탑은, 그렇게, 비이성의 불길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패닉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까지, 파고들었다.

서울의 한 평범한 아파트, 저녁 식탁.

빅터의 방송을 신봉하는 스무 살 아들이, 아버지에게, 흥분해서 말했다.


“아버지! 보셨어요?

차지원의 방송이 끊겼어요.

이건, 진짜라는 증거예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요!”


공무원인 아버지는, 지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아.

그만하거라.

그건, 다,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그 순간, 아들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아버지는, 아직도, 주류 언론의 거짓말을 믿으시는군요!

아버지는, 평생을, 그렇게, 저들의 노예로 살아오셨어요!

저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겁니다!

저는, 잠에서 깨어난, 전사니까요!”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대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깨어난 자’와, ‘잠든 자’ 사이의, 경멸과, 단절만이, 그들의 식탁을,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이수연이 던졌던 불신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는,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조직과, 관계와, 가정의, 면역 체계를, 안에서부터, 파괴하고 있었다.


이 모든 혼돈을, 이수연은, 자신의 은신처에서, 신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모니터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환자가, 어떻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십 개의 바이탈 사인 측정기처럼, 쉴 새 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주가 폭락 그래프.

대학가의 시위 영상.

그리고, 온갖 가짜 뉴스들로 뒤덮인,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모든 감정은, 강태준의 그 마지막 통보와, ‘진짜 적들’의 그 서늘한 경고 이후,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어떻게,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그녀는, 강태준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무기, 윤석호의 진짜 유언장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터뜨려야 하는가?'


그녀가, 이 판 전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불태워버릴 수 있는, 그 마지막 순간은, 언제인가.

그녀는, 더 이상, 승리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가장 위대한, 파멸을, 꿈꾸고 있었다.


강태준 역시, 이 모든 패닉을,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계산하고 있었다.

그는, 이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 혼돈을, 자신의 마지막 도약대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주식 시장의 폭락은, 그의 정적인 ‘원로 그룹’의 자금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사회의 극심한 불안은, ‘질서를 회복시켜 줄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만들고 있었다.

모든 조건이, 그를 위해, 무르익고 있었다.

이제, 그가 전면에 나설, 마지막 무대만, 준비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이수연의 처절한 몰락으로, 그 막이 올라야만 했다.

그는, ‘실장님’이 보내온, 중간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보고서에는, 이수연을 무너뜨리기 위한, 모든 증거와, 증인들이, 완벽하게 준비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강태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터무니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이 메시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 모든 혼돈의 가장 깊은 곳.

차지원의 집.

서재.

그녀는, 며칠째,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송이 중단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미쳐 돌아가고 있는지를, 뉴스를 통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새로운 종교의, 순교자이자, 성녀가 되었는지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 속 문장들이, 어떻게 왜곡되고, 해체되어, 새로운 괴물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았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진실을 통해, 이 광기를 멈추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완성의 진실’은, 오히려 이 광기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거대한 것으로, 키워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이 세상을, 구원할 수도, 심판할 수도 없음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한 관객일 뿐이었다.


그녀는,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의, 그 거대한 소음이, 그녀의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4. 빅터, 새로운 음모론을 제기하다


LA의 반지하 스튜디오.

그곳은,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는, 어둡고 축축한 자궁이었다.

빅터는, 지난 스물네 시간 동안, 단 한숨도 잠을 자지 않았다.

그의 눈은, 광적인 열정과, 수십 잔의 에너지 드링크로, 핏발이 서 있었다.

그는, 신들린 사람처럼, 자신의 모니터들 사이를 오가며, 차지원의 중단된 방송 영상을, 수백 번, 수천 번, 돌려보고 있었다.

프레임 단위로.

그녀의 눈빛.

그녀의 손짓.

그녀의 등 뒤에 꽂혀 있던 책들의 제목까지.

그는, 이 미완성의 텍스트 안에서, 새로운 계시를 찾고 있었다.


그는 알았다.

차지원의 방송 중단은, 위기가 아니었다.

이것은, 신이 내린, 최고의 기회였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음모론에는, 만족하지 못할 터였다.

그들은, 이 모든 혼돈을 설명해 줄, 더 거대하고, 더 근원적인, 새로운 신화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빅터는, 바로 그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낼, 이 시대의 유일한 예언자였다.

그는, 마침내, 모든 조각들을 맞추었다.

그는, 자신의 방송 스튜디오의 모든 조명을 켰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의 등 뒤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배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차지원의 방송 화면을 캡처하여, 자신의 등 뒤에, 마치 성스러운 제단화처럼, 걸어놓았다.


창백한 얼굴의 차지언.

그녀의 등 뒤에 꽂힌, 철학자들의 책들.


그는,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의 제목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종교적인 비장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산드라의 계시록: 성전(聖戰)의 서막}


카메라가 켜지자, 그의 얼굴에는, 비통함과, 성스러운 결의가, 동시에 떠올랐다.


“동지 여러분.”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낮고, 엄숙했다.

“지난 스물네 시간 동안, 저는, 잠들지 못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순교자, 카산드라가, 그녀의 목숨을 바쳐, 우리에게 남긴, 그 마지막 메시지를, 해독하고, 또 해독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마치, 거대한 진실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처럼.


“여러분.

‘미래 설계자들’.

우리는, 그들을, 그저, 부패한 정치인과, 금융 자본가들의, 비밀스러운 모임이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습니다.

카산드라가, 우리에게, 진짜 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녀가 읽었던 것은, 단순한 소설이나, 내부 고발 문건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 그것은, 그들의, ‘경전’이었습니다.”


빅터의 그 한마디에, 실시간 채팅창이, 경악과 흥분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읽었던 구절을, 다시 한번, 들어보십시오.”


빅터는, 차지원의 목소리를, 재생했다.


“‘가장 위대한 애국은, 때로는 가장 위대한 배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여러분, 이것이, 정치적인 언어로 들리십니까?

아닙니다.

이것은, 종교적인 언어입니다.

이것은, 신념의 언어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패와 탐욕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이 나라의 어리석은 백성들을 이끌어야 할, ‘보이지 않는 주인’, 즉 ‘신’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이수연이 만들어낸 정치 스릴러를, 거대한 사이비 종교의 교리로, 완벽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그들이 그녀를 멈춘 방식…”


그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도 보셨습니다.

그것은, 방송국 하나를 해킹하는 수준의, 그런 종류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지역의 전력망과, 통신망 전체를,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힘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기술을 넘어선, 거의, 초자연적인 힘에 가깝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지금 싸우고 있는 상대는, 단순한 인간 집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이 나라의 가장 깊은 곳에, 수백 년간 뿌리내려 온, 거대한 ‘어둠의 영(靈)’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이 모든 사건을, 이제, 선과 악의, 거대한 영적 전쟁으로, 격상시키고 있었다.


“이제, 우리의 싸움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가, 마지막 결론을 내렸다.


“단순히, 거리로 나가,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저들의 경전을, 연구해야 합니다.

카산드라가 목숨 바쳐 우리에게 전해준, 그 단 몇 분의 영상 속에, 저들의 모든 비밀이, 암호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진실의 방패’의 모든 동지들은, ‘디지털 수도승’이 되어야 합니다.

그녀가 읽었던 모든 단어, 모든 문장, 그녀의 등 뒤에 꽂혀 있던 책들의 의미까지.

그 모든 것을, 해독하고, 분석하여, 저들의 진짜 계획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새로운 사명입니다.

카산드라가 시작했던, 이 거룩한 전쟁을, 우리가, 끝내야만 합니다.”


그의 방송은, 끝났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의 방송은, 이전의 그 어떤 선동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그것은, 사람들의 분노를 넘어, 그들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종교적인 갈망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의 추종자들은, 이제, 정치적 운동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새로운 종교의, 첫 번째 신도들이 되었다.

그들은, ‘카산드라 계시록 연구회’라는 이름의,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차지원의 모든 것을, 신성한 텍스트로, 숭배하고, 또 해석하기 시작했다.


정론일보의 편집국.

오세훈 부장은, 빅터의 이 새로운 방송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허탈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는, 지난 며칠간, 이 모든 사태를, 어떻게든, 언론의 통제권 안으로, 다시 가져오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이제, 완벽하게, 패배했다.

이것은, 더 이상, 언론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것은, 신화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신화를 상대로, 팩트와 논리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강태준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빅터의 방송을, 차가운 경멸의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완벽한 질서의 세계를, 저 LA의 광대가, 가장 저급하고, 가장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더럽히고 있었다.

그의 분노는, 이제, 이수연과, 차지원을 넘어, 이 모든 광기에 휩쓸려 춤을 추는, 대중 그 자체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 어리석은 백성들에게는, 구원이 아니라, 강력한 통제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다시 한번, 확신했다.


이수연은, 자신의 은신처에서, 빅터의 방송을 보며, 기이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자신의 손을 떠났다.

자신이 빚어낸 괴물은, 이제 전혀 다른, 새로운 종(種)으로, 진화해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이야기의 창조주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이 이야기의, 첫 번째, 잊혀진 신(神)일 뿐이었다.


그리고, 차지원의 집.

서재.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통해, 빅터가, 자신의 말을, 어떻게 성스러운 경전으로, 왜곡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새로운 종교의, 순교자이자, 성녀가 되었는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마지막 남은, 모든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가, 진실을 말하기 위해, 행했던, 그 마지막 저항.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맹목적인, 새로운 거짓말의, 주춧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웃고 싶었다.

하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을, 조용히, 덮었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진실.

그것은, 진실을 말하려는 가장 숭고한 행위가, 때로는, 가장 끔찍한 괴물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완벽하게, 패배했다.


어리석은 대중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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