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빛은 다시 인간을 비춘다
생명을 탐구하던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연구 끝에 스스로 생명체를 창조했지만, 그 결과물을 괴물이라 규정하고 도망쳤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목적 없는 탐구가 부른 비극을 보여줍니다. 이에 비해 『키메라의 땅』의 알리스 카메러 박사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과학자입니다. 그녀는 인간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구를 대신해, 새로운 생명으로 지구를 회복시키려는 꿈을 품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알리스는 박쥐, 두더지, 돌고래의 유전자를 결합한 세 종의 혼종 인류를 설계합니다. 공기, 지하, 해양, 이 세 환경에 각각 적응할 수 있는 생명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구는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게 됩니다. 결국 알리스는 실험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1년간 연구를 우주정거장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 사이 지구에서는 기후 재앙과 전염병, 정치적 혼란이 연이어 터지며 문명이 붕괴합니다.
1년 후 지구로 복귀한 알리스는 지하 깊숙한 연구소에서 실험을 이어가며 마침내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킵니다. 지표면이 오염과 폭염으로 뒤덮인 세계에서, 그녀의 피조물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적응하며 새로운 질서를 세워 나가기 시작합니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경고합니다. “이 이야기는 5년 뒤 현실이 된다.” 그 말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의 초상입니다. 바다 위에는 플라스틱이 섬처럼 떠다니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흘려보낸 오염수는 생태계를 잠식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홍수, 사라지는 숲과 동물들은 매일같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앎이 멈춤으로 이어진 적은 없습니다. 지속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여전히 ‘안정’과 ‘성장’이라는 단어를 되뇌고 있을 뿐입니다.
알리스는 신인류 창조에 성공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세 종족은 황폐한 지구에 적응하며 자신들만의 문화와 질서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기존 인류와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협력과 공존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일부 인간들은 그들을 두려워하고 배척합니다.
이 새로운 인류의 모습은 단지 허구일까요?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유전자 편집, 합성 생물학, 인공지능을 통해 이미 ‘새로운 생명’의 경계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이 변화들은 머지않아 ‘사피엔스 이후의 존재’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옳은가, 그른가?”
그 물음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달리는 기차 위에 올라탔고, 이제 멈출 수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본래 ‘슬기로운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이 이름에 걸맞은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 물음의 답은 다음 이야기, 『호모 데우스』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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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