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일하랴, 아이를 돌보랴 쉼 없이 챗바퀴처럼 굴러간다. 정신없이 하루를 지내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 꽤나 초췌하다. 헝클어진 머리와 구겨진 옷, 화장기가 다 사라진 얼굴까지. 오늘도 바쁜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이를 출산하고도 늘씬한 모습과 광채 나는 피부로 살아가고 있는 다른 아기 엄마들의 모습이 떠올라 비교가 된다. 내 옷을 언제 샀는지 무릎이 다 나온 바지가 내 모습 같아서 왠지 모르게 서글픔이 밀려온다.
어느 날 아이를 다 키우신 분과 대화를 하던 중
“아~ 하루하루 너무 정신이 없네요. 아이를 다 키우신 게 너무 부러워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돌이켜보니 그때가 제일 좋았어. 아이도 제일 예뻤고 말이야.
그런데 그때는 너무 힘들고 바빠서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몰랐지.
지금의 나는 이미 늙어 버렸고 말이야. 난 지금의 당신이 부럽네”
이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왜 이렇게도 예쁜 아이의 모습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의 아이는 나에게 하루 종일 사랑을 전하는 예쁜 시기이고, 엄마로서의 나도 가장 젊고 빛나는 시절인데 말이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보다 의무와 책임감에 하루를 허덕이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가 바쁜 아침에 안아달라고 할 때 “빨리 가야 돼”라고 말하는 대신 진하게 안아줄걸, 더 놀고 싶다고 말할 때 ‘빨리 자야 돼’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함께 즐겨 볼 걸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내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내느라 온 힘을 쏟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돌이켜보니 중요하지 않은 것은 조금은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나에겐 헝클어진 머리와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마냥 좋아해 주는 고마운 아이가 있다. 나의 육아가 숙제를 해내는 듯한 일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행복으로 걸어 나가는 여정임을 깨달아본다. 이제부터는 아이와의 반짝이는 이 시간들을 천천히 즐겨보고,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내 마음의 소리도 들어 보아야겠다. 훗날 그때 즐기며 살아볼걸 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