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내일은 자유시간 줄게, 내가 햇살이 데리고 나갔다 올게.”
내가 유독 지쳐 보이는 날에 남편이 내게 하는 배려이자, 자주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일은 자유부인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이제 머릿속으로는 ‘내일은 뭐 하지?’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TV스피커를 빵빵하게 틀고, 매운 떡볶이를 시켜 먹을까 고민해 본다. 하지만 어지럽혀진 집이 눈에 밟혀 제대로 쉬지 못할 테니 어디론가 나가야겠다고 결심을 해본다.
나는 커피와 디저트를 좋아하기에 책과 태블릿을 들고 카페로 향한다. 카페에서 구석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크림이 가득한 라떼를 주문해 본다. 달달함이 한 모금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도파민이 치솟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들어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구경하고, 여러 뉴스들을 클릭해 본다. 그러다 ‘아~ 귀한 시간에 뭐 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에 가져온 책을 펼쳐보고, 그 안에서 나름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 본다. 이렇게 나의 일상을 돌아보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그동안을 돌이켜보니 자유부인의 날이 되면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늘 누군가와 함께 이기에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내가 나를 다독여주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시간과 지출을 오롯이 날 위해 사용했고,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타인의 동의나 양해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남편 혹은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부탁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 짧은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일상에서 가끔 누리는 나만의 시간, 나를 위한 작은 여유는 내게 꼭 필요한 중요한 시간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내가 몸이 아프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말이 사라지고, 아이에게 괜히 짜증을 내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컨디션이 좋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아이의 투정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엄마라는 존재가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내 마음도 휴대폰 배터리 같다. 충전이 된 상태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만, 15% 이하가 되면 절전모드에 돌입하기도 한다. 절전모드에 돌입하면 방전되지 않기 위해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하나는 충전기를 꽂아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하나는 화면도 어둡게 바꾸고 기능을 최소화해야 한다. 나는 내 마음의 충전을 하지 못해 방전된 채로 살아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봄이 왔지만 세상의 벚꽃이 예쁜지도 몰랐고, 온 세상이 회색 빛으로 물들어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시는 그 순간으로 가지 않기 위해 나는 자주 충전기를 든다.
엄마라는 존재가 방전되지 않기 위해 미리 충전기를 꽂아 두는 일. 나의 하루에는 시원한 커피 한잔, 육퇴 후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 달달한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일, 주말에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만의 충전 시간이다. 그렇게 채워진 마음으로 나는 한번 더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따뜻함을 잃지 않는 엄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