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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아닌 듯

서로 다름을 배우는 시간

by 로라

출산 전 육아선배로부터 “얼굴이 똑같은 건 닮는 것도 아니야. 정말 신기하게도 성격까지 쏘옥 빼닮는다까~”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보니 얼굴이 복사-붙여 넣기 한 것처럼 닮은 것은 물론, 호기심 많고 새로운 환경에는 다소 낯설어하는 성향까지 닮아 있었다.


하지만 육아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와 나는 다른 사람이기에 다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두부와 계란을 좋아하지만, 아이는 두부와 계란을 즐기지 않는다. 식성에서의 차이도 있지만 성향에서도 다름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햇살아~ 지금 가야 돼. 빨리빨리!”

외출을 앞둔 지금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빨리”라는 말을 반복한다. 평소 나는 시간에 엄격한 편이라 정해진 시간에 늦는 것을 싫어하고, 기한이 있는 일에 대해서는 빨리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나는 성격이 다소 급한 편이고, 아이는 여유로운 편이다 보니 아이가 답답하게 느껴져 아이를 재촉할 때가 많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에게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니,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혼란을 경험하는 것은 나였다.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길도 그렇다. 나는 얼른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아이는 유치원 주변 풍경이 마냥 신기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웅덩이를 첨벙첨벙해보아야 하고, 가을이면 알록달록한 낙엽들을 손에 쥐어보아야 한다.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을 보며 다시 심으면 나무가 자랄지 한참을 고민하곤 한다. 하원 후 다른 일정이 있을 때 아이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면 답답함이 밀려와 아이를 더욱 재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의 성향은 앞만 보고 직진하는 엄마에게 주변을 돌아보게 해 주었다. 아이 덕분에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천천히 걸어보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하원길에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를 ‘다른 길로 새는 아이’, ‘느긋한 아이’로 정의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느긋한 행동이 두드려져 보이고, 자꾸만 눈에 거슬리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니 아이는 다른 길로 새기를 좋아하거나 느긋한 아이가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그래서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즐기는 아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느긋한 행동이 점차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에 따라 아이의 행동이 달라 보일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간혹 부모님들로부터 “재는 왜 저런지 몰라요. 누굴 닮았나 몰라.”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느냐에 차이일 뿐. 나와 아이의 다름에서 서두르지 않는 마음과 주변을 돌아보는 섬세함,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즐기는 모습을 배워본다. 아이 덕분에 나와 누군가가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 조율해 가는 과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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