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 꿈에서도 엄마 아빠랑 놀아야지~”
매일 밤 자기 전, 아이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해준다. 그러면 나도 아이에게
“햇살이는 엄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지. 우리 사랑이~ 싸랑해”라고 화답해 준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하루 종일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찾아 뺨을 비비고, 유치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내 곁에서 모든 일상을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마치 시작하는 연인들이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처럼 말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헌신적으로 사랑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나 또한 그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부모의 희생이 포함된 사랑을 가족의 사랑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보다 아이가 내게 준 사랑이 훨씬 컸다. 작은 아이는 하루 종일 나를 보고 싶어 하고, 언제나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사랑을 받는 듯한 느낌은 내 마음을 꽉 차게 만들었다. 작고 귀여운 얼굴로 “엄마가 좋아”, “엄마 사랑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는 말을 할 때면 어떻게 이런 예쁘고 기특한 아이가 태어났나 싶다.
어쩌면 영유아기는 부모가 자신만의 삶을 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의 가장 예쁜 모습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조건 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인 것 같다. 지금은 물건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은 의미 없는 행동에도 깔깔깔 웃어주고, 작은 사탕하나에도 세상을 가진듯한 표정으로 응답해 준다. 내가 화를 낸 뒤에도 나를 용서하고, 내게 다가와 안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남편보다도 나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해주는 존재 같기도 하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면 어떻게 될까? 불타는 연애 초창기 또는 신혼을 지나 시간이 지나면 관계의 변화가 있는 것처럼 아이와의 관계도 안정적이지만 미지근한 온도가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아이는 사춘기, 중2병을 맞이하여 엄마의 사랑표현이 잔소리처럼 들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어딘가에 놀러 가 자고 하면 “오예이~ 신난다!” 하며 따라나서지만, 몇 년 뒤엔 친구랑 노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얼마 전 고1 딸을 키우는 분과 여름휴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이제 딸과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서 아쉽다고 하셨다.
“부산에 가고 싶어서 숙소를 다 예약했거든요. 근데 딸이 자기는 안 간데요. 같이 가고 싶은데 정말..
같이 가자고 더 졸라봐야겠어요.”
영유아기 시절에는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이자 가장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제 이러한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작은 존재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 아이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남편과 아이의 양육에 대해 대화할 때 “햇살이가 사춘기나 어른이 되어서 우리랑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다 우리 때문일 테니, 어린 시절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사랑을 표현해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나 영유아기 시절은 아이가 하루 종일 사랑을 표현하는 시기이기에 이 사랑을 잘 이해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의 어린 시절은 부모와의 관계, 더 나아가 대인관계의 초석이 되는 시기이니, 아이가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갖도록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해 본다.
나에게 매 순간 사랑을 전하는 아이를 오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나를 바라보는 초롱한 눈빛, 나를 향하는 귀여운 입술과 몸짓. 이 귀한 모습을 그 어떤 카메라로도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내가 아이의 전부인 눈부신 지금을 마음속 깊이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