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마저 뺏기면 나는 무슨 낙으로 살까?
" 여보 청소기 좀 돌려줘 "
" 여보 설거지 좀 해줘 "
" 그만 누워있고 고양이 화장실 청소 좀 해 "
" 여보.... 어쩌고.... 저쩌고.... "
결혼하고 나서 제일 긴장되는 단어 여보.
결혼 후 주말에 정말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야겠다고 로망해온던 나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퇴근 후 집안일은 또 다른 출근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공감이 갔다.
물론 나는 집사람이 시키는 것만 했다.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해야 할 건 더 많아졌다. 물론 나는 시키는 것만 했다. 그래도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사람이 더 힘들었을 텐데......
시키는 거 하는 것도 하기 싫었던 찰나에 우리 집에 식기세척기 와 건조기가 설치되었다.
집사람이 시키는 일중 두 개가 줄었다. 너무 행복했다. 이래서 다들 가전, 가전 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뒤에 로봇 청소기가 생겼다. 다 X 슨 청소기도 신세계였는데 로봇 청소기는 첨단 미래
청소 테크니컬 적인 신세계였다. 시키는 일 하나가 이렇게 또 줄었다. 나의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집에 고양이 자동 화장실이 생겼다. 전에는 모래도 채워주고 변도 직접 담아야 했는데,
이제는 모래만 채워주면 자동으로 변을 걸러주고 나는 변봉투만 버리면 그만 이었다.
시키는 일중 하나가 또 줄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내할일이 줄어서 좋았는데.......
이후 집사람이 나를 부르는 일이 급격하게 줄었다.
평소였음 느긋하게 책을 보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었을 텐데
낯설게 느껴지는 집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고 집을 돌아다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근데 전자기기가 생겼는데도 집사람은 항상 바빴다. 뭐가 그렇게 바쁠까?
가서 확인해 보니 집사람은 로봇 청소기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고, 끝나고 나면 고양이 자동 화장실 내부 청소를 하고 있었고, 건조기 내부와 식기세척기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으로서 집의 구성원으로서 자격미달이었다. 아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고 철딱서니 없는 어른이 였다. 집사람에게 가서 내가 할게라고 했지만, 나는 그 어떤 가전제품을 만질 줄 몰랐다.
멍하니 서있었다가 집사람은 나에게 다가와서
" 은근 복잡하지?, 얘네가 청소랑 빨래는 잘하지만 얘네도 누군가는 청소해줘야 하잖아? "
" 그렇네... 정비하는 방법 알려줘 그럼 이제부터 내가 할게, 미안해 "
나는 집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곤 이제부터 라도 내가 좀 더 나서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사람은 안 해도 된다고 했고 나에게 다른 임무를 주겠다고 했다.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만 잘 버려 달라고했다.
다른 거 좀 더 시켜도 된다 했지만, 그것만 잘해도 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날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마냥 쉬는 것도 좋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주자고.
나는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담당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그리곤 생각한다.
우리나라 유명 가전 회사들은 언제쯤 분리수거 자동 로봇과 음식물 수거 자동 로봇은 언제 만드는지....
그리고 건조기를 좋게 만들었으면 건조한 빨래를 정리해 줄 수 있는 기계는 언제쯤 만들까 라는 생각을.....
집사람은 알고 있었나 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는 걸, 그리고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는 걸 그리고
나도 다시 한번 느낀다. 나는 아직 어른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