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데리버거 300개 감사합니다 땡큐

by 책한그릇

요즘 아르바이트 시급은 1만 원대를 웃돌고 있다. 충격이었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1만 원 이라니 할만한데?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고등학교 때 내가 자라온 동네의 L 회사의 패스트푸드점이었다. 당시에 친구가 먼저 하고 있기에 나는 그 친구에게 많은 걸 얻어먹은 기억이 있다. 친구는 첫 월급으로 우리에게 탕수육만 사주었고, 각자 메뉴는 더치페이하기로 했다. 그래도 돈 없는 고등학생이 탕수육을 먹다니 그날의 탕수육을 잊을 수

없었고, 나는 먹으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당시에 내용돈은 한 달 5만 원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차비까지 계산한다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다.


나는 그날 입가에 묻은 탕수육 소스를 지우지도 않은 채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에게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남자의 포부를 보여 드렸다. 이에 우리 아버지도 남자의 핵주먹을 날리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차마 나는

방어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음 무라도 썰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포기하지 않고

2차 포부를 쏟아부었다. 나의 기습 포부 공습으로 아버지의 방어 전략은 무너졌고, 나는 아르바이트 수락을 받았다. 엄마는 의외로 바로 허락해 주셨다.


시골 촌동네이지만 나름 메이저 회사의 패스트푸드 점이라 그런진 면접을 본다 했다. 수업시간에 나는

면접 예상 질문을 혼자 생각해 보고 나름 깔끔한 답을 준비했고, 수업이 끝나고 아끼던 헤어왁스를 바르고

면접을 보러 갔다. 생애 첫 면접이었다. 긴장이 돼서 입구에서 망설였지만, 나는 당당하게 들어가서 인사를

드리고 점장님과 일대일 면접을 보았다.

" 우리 매장이 바쁠 텐데 잘할 수 있겠나? "

"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제가 있어야 합니다. "

" 자네, 끈기는 있는가? "

" 저는 끈기 하나는 끈질깁니다."

면접이 끝나고 그날 주말부터 나는 일을 시작했고 3년 동안 일했다. 당시 우리 동네는 평일보단 주말장사가

더 잘되었고, 이유 중 하나는 군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동네 모든 군인들이 우리 매장에서 버거를 먹곤 했다.


나는 평일에는 학업으로 인해 주말에만 일했고, 정말 바빴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돈 주고 사 먹던 푸드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 매장에도 긴장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바로 설날, 추석, 성탄절이다. 이 날들은 빨간 날이라 바쁘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단체 주문이 꼭 들어

온다는 것이다. 기본 100개부터~ 300개까지 들어온다. 대부분 군부대에서 들어오는 주문들이었다.

그래서 이날에 군복을 입고 주문하러 오시는 분들이 오면 긴장의 연속이다.

" 제발... 제발... 아니길.. 오 주여 제발..."

" 제일 저렴한 버거 200개 주문되나요? "

" 아니... 네... 고객님 200개 가능하고요. 2~3시간 소요됩니다. "


젠장.... 또 단체 주문이다. 망했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나랑 같은 시간에 일하는 누나가 먼저

뛰쳐나가서 나가지도 못한다. 결국 나는 버거 터미네이터가 돼서 버거를 기계 같이 찍어내고 있었다.

햄버거 200개.... 빵만 400개 굽고 고기 패티를 200개 굽고, 포장만 200번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간중간 들어오는 주문도 해결해야 한다. 나는 만들면서 다짐한다.

" 오늘이 내 마지막 아르바이트다. 절대 안 해!"

나는 만들면서 계속 다짐을 곱씹으며 결국 200개를 만들었고,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 매장은 쉴 수 있었다.

그만두어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그새 그 마음은 사그라들고 점장님이 사주는 삼겹살에 사르르 녹았다.

그리고 그달에 받은 월급으로 금융치료가 되었다. 나는 어린 나이에 금융치료에 맛 들였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나는 월급이 아닌 봉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었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나는 아직도 용돈을 받고 있고, 고등학교 때보단 조금 더 받는다.

어쩌면 지금 나는 집사람과 노예 계약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도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다.

가끔 패스트푸드점 에서 가장 비싼 버거를 먹으며 안에서 버거를 만드는 직원분들을 보고 있으면 예전의

내가 생각이 난다. 나도 돈만 있으면 버거 200개 주문해보고 싶다.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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