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누구도 못 이기는 존재... 엄마....
어릴 때 나는 아버지보다 엄마한테 많이 혼났다. 그 당시 우리 엄마는 키 160cm 안되었고
몸무게도 50kg 정도밖에 안 되는 정말 왜소하고 아기자기하신 체형이다 보니 아버지랑 같이 다니면
딸인 줄 알고 직장동료분 들이 흠칫 놀라시곤 했다.
아버지는 의문의 1패.....
그런 아기자기한 엄마가 집에 있는 사랑의 야구배트를 들면 자상 최강의 엄마로 회귀한다.
글을 보고 그런 왜소한 체구로 때려봐야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겠지만 그냥 말한다. 그녀는
배트를 한번 휘두르면 바람이 생겼도 두 번 휘두르면 땅이 울렸다. 사랑의 불방망이 마사지를 받고
밖에서 동생과 손들고 서있으면 지나가는 동네 이모들이 아버지한테 혼났냐고 위로해주시곤 했다.
아버지 의문의 2패......
그런 엄마도 한없이 약해질 때가 있었다. 그건 셋째 이모를 만날 때....
엄마는 집에서 막내다 그래서 언니 오빠들에게 이쁨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셋째 이모를 보고 있자니 엄마의 스윙 폼이 누구한테 배운 건지 알 수 있었다.
셋째 이모는 우리를 엄청 이뻐하시지만 그 외의 친척 형, 누나들한테는 거의 학생주임 선생님이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태권도 5단의 수원시 대표였고, 동네에서 별명이 게틀링킥건이었다고 한다.
셋째 이모 한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그냥 있다... 소개하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거의 공포다.
이모는 형제들 중 특히 엄마를 챙긴다. 나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엄마만 이뻐하냐고,
이모는 너희 엄마는 나에게 아직 아기고 너무 약하다 저 덩치로 잘살겠냐고 늘 말하셨다.
" 이모 엄마 잘 쳐요...."라고 속으로 외쳐본다.
그리고 외할머니. 엄마는 외할머니만 보면 우리보다 더한 아기가 된다.
그걸 보면 나도 엄마한테 가서 더욱더 아기가 되려고 하지만, 엄마의 중단 킥에 저지된다.
아... 맞다 엄마도 태권도했지.... 태권도는 아버지가 더 잘하실 거 같은데 빨간 띠에서 그만뒀다고 했다.
아버지 의문의 3패......
세월이 흘러 내가 고등학생 때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엄마는 태연했고,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우리는 장례식장으로 갔다.
지금생각해 보면 많이 힘드셨을 거다. 하지만 나와 동생 앞에서 너무 태연하게 계셨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엄마는 입구에서 주저앉았다. 못 들어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무너졌다.
처음 봤다. 작은 체구에도 그 누구에게도 당당하고 마냥 긍정적인 그런 엄마가 울면서 무너졌다.
엄마 우는소리에 이모들이 나왔고 셋째 이모는 그런 엄마를 꼭 안아줬을 뿐이다.
나는 그날 엄마의 모습을 보며 " 엄마도 엄마의 엄마와 언니들 앞에서는 아직 소녀이고 아기구나 ".
라고 느꼈다. 그 뒤로는 뭐 똑같다, 엄마는 내가 대학 가기 전까지 불방망이 풀스윙이 더 늘었다.
현재 나는 엄마한테 혼난다. 다른 점이라면 다른 엄마한테 혼난다. 바로 우리 딸의 엄마이자
나의 2살 연상 누나이자 연애할 때는 소녀였지만 나와 결혼 후 디아블로가 된 그녀, 바로 집사람이다.
다행인 건 세월이 변하고 강산도 변하고 인식도 변해서 집에 불방망이도 없고
불방망이로 풀스윙을 하는 사람도 없다. 문제는 대화와 언어와 한글로 풀스윙을 한다.
처음으로 한글을 원망해 본다. 일주일 동안 14번 즉 이주일 혼날걸 혼난다. 뭐 내 잘못이니까
근데 왜 딸아이 잘못한 것도 내가 같이 혼나야 하고 벌도 같이 받고 엊그제는 딸아이가 혼나고 있길래
딸아이 편들었다가 괜히 나도 무릎 꿇고 같이 혼났다. 나와 연애하며 수줍어하던 소녀는 어디로 간것인가
오늘따라 더욱더 그녀를 그리워해본다.
가끔 집사람을 보면 나의 엄마가 생각이 난다. 집사람은 키가 크지만 말랐고, 여리여리 하다.
그러다가도 나와 딸의 대한 이벤트가 있다면 지상 최강의 엄마로 변신한다.
우리 엄마도 저랬지 하며 혼자 웃다가, 집사람에게 웃는다고 또 혼나본다.
나는 이 세상에 엄마라는 존재보다 위대하고 좋은 존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뭐 세상을 빛낸 위인들과
타인을 보호하며 희생한 영웅들도 위대하다. 근데 그거 아는가? 그위인들과 영웅들이 있기까지에는
엄마들이 있었다는 거. 결국 엄마들이 위인이고 영웅인 것이다.
아빠들 의문의 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