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김밥

할머니한테 음식을 해달라 하면 다시는 생각 안 날 때까지 해주는 그 능력

by 책한그릇

어느 날 SNS 영상을 보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봤다.

어느 집에 할머니와 손자가 있는데 손자가 배고프다 하니까 할머니는 음식을 해주셨고

손이 컸던 할머니의 음식은 쉴 시간도 없이 계속 나와 손자는 공포에 빠지고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결국 할머니의 물량공세로 친구도 친구를 부르고 그 친구도 쯔양을 부르고 쯔양도 다른 쯔양을 부르지만

할머니의 음식은 지금도 나오고 있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며 문득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어릴 때 우리 할머니는 마법을 잘하셨다. 모든지 무한으로 생성하셨기 때문이다.

" 할머니 김밥 먹고 싶어욥. "

" 아이고 우리 손주 김밥 조금 해줘야겠네. "

" 아니 나 김밥 좋아하니까 많이 해주세욥. "

" 많이 먹으면 이따가 저녁 못 먹어. " " 칫 "


나는 할머니한테 말실수를 저질렀다. 아니 그 말을 했으면 안 되었다. 잊고 있었다.

할머니는 무한의 양을 생성할 수 있는 스타 크래프트 급 치트키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걸.

30분 뒤, 할머니는 " 자 김밥 조금 먹자 "라고 하셨고

나는 조금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졌다. 내 눈앞에는 김밥이 피사의 사탑 모양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 할머니...... 이게 뭐예염? " " 잉? 뭐긴 뭐야 우리 손주 간식으로 김밥 조금 했잖니. "


할머니의 무한생성 능력은 멈춰라는 명령어가 없었다. 일단 시작하면 엔진이 과열되거나 부속품이

없어질 때까지 가동된다. 할머니의 피사의 김밥은 정확히 4명이서 먹어도 배부를 양이었다.

하지만 우리 헬머니 여기서 안 멈춘다.


" 아직 냉장고에 조금 더 있으니 먹고 부족하면 더 먹어라 "


냉장고 문을 열자신이 없었다. 열면 김밥이 나를 덮칠 거 같았다. 그렇게 나의 피사의 김밥 탑 부수기는

시작되었다. 역시 할머니 음식맛은 알아줘야 한다. 천국에서 먹는 김밥집 사장님은 우리 할머니 스카우트

했어야 했다. 먹다 보니 색다른 맛이 나서 뭐 넣었는지 물어봤다.


" 냉장고에 콩나물이랑 연근이 남아서 넣어봤어 "


세상에 김밥으로 무한생성도 부족해서 개발도 병행하고 계셨다니.... 이건 나만 먹어야 한다.

세상에 나가면 안 된다. 분명 요즘시대에 이 김밥이 나왔다면 무조건 냉장고를 부탁해 또는 한식대첩

출연 제의 들어왔을 것이다. 이 콩나물 연근 김밥을 유명한 연예인이 먹었다면 분명 따라 했을 것이고

편의점에 00 연예인의 콩나물 연근 김밥이라고 출시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본 나는 그 연예인 인스타 DM으로

저작권을 주던가 아님 나도 출현시켜 달라고 협박을 했을지도.... (혹시라도 궁금하다면 연락 기다리겠다.)


이렇듯 우리 할머니는 손이 비브라늄 급으로 가치가 있고 세계적인 야구스타 오타니 글러브보다 컸다.

하루는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 할머니한테 " 할머니 비빔국수 곱빼기욥 "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고

그날부로 두 달 정도 내 머릿속에 국수에 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돋고 긴장할 만큼 의 비빔국수를

체험했다. 지금 와서 생각났는데 양념소스를 할머니가 직접 했는데 그 맛이 팔도를 주름잡을 맛이었다.

긴장해야 한다. 팔도와 배홍동...


나는 할머니의 음식이 좋다. 비록 먹으면 다시는 생각 안 날 정도로 만들어 주는 마법이 있지만 그게 매력이다.

할머니의 음식은 군대 입대 후부터 먹어본 적이 없다. 내가 나이를 먹고 늠름해지는 동안 우리 할머니도 나이를 먹고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할머니 눈에는 나는 피사의 김밥을 무너뜨리며 맛있게 먹던 꼬꼬마

로 보였다. 휴가 때 집에 오면 김밥이나 비빔국수를 먹을 거냐고 항상 물어봤다. 그때 먹는다고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할머니의 김밥이 그립다. 김밥가격이 거의 비브라늄 0.5KG 가격이다.(그냥 본인 체감하는 가격이다.)

할머니는 내가 결혼하고 딸아이 돌잔치를 하고 얼마뒤에 돌아가셨다. 나는 그때 충격이 너무 컸고 하던걸

멈추고 강원도 장례식장으로 과속을 하면서까지 갔다. 과속딱지 와 고속도로 순찰대는 무섭지도 않았다.

그냥 나는 우리 할머니를 보고 싶었다. 충격을 너무 받아서 눈물도 안 흘리다가 강원도 시골 읍내 초입에 있는

분식집에 김밥이라는 단어를 보고 그제야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확히는 꺼이꺼이 소리 내서 울었다. 왜 나는 이제야 할머니한테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를 하는지 나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

가끔 집에서 김밥을 해 먹는다. 그리고 피사의 김밥을 재현해 본다. 물론 내가 거의 다 먹는다. 먹으면서

목이 메어오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먹는다. 할머니의 피사의 김밥을 좀 더 그리고 오랫동안 추억하기 위해


어느덧 저도 곧 마흔이 됩니다. 증손녀는 벌써 9살이고요. 가끔 하늘 보고 할머니 잘 있나 살펴보면

그곳에서도 피사의 김밥을 만들고 계실 거 같아서 괜히 눈가가 촉촉해지고 더 그립네요.

그곳에서는 부디 해주기만 하지 마시고 그곳에 있는 높으신 양반들에게 받으면서 지내세요.

그리고 가끔씩 제 꿈속에서 제가 배고프면 김밥 정확히 3줄만 가져다주세요. 3줄만 후딱 먹고

할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사랑합니다. 우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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