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물들기.

요즘은 다이소에 간편하게 팔고 있다. 다이소에는 소빼고 다이소....

by 책한그릇

딸아이 수영가는날 집사람은 불안해 한다.

보통은 수영시작 시간이 저년7시인데, 이번주부터 8시라고 그런줄 알았다.

출발하기 전에 집사람은 갑자기

" 아...시간 잘못알고 있는거 같은데..."

" 누구? 수영선생님? "

" 아니 나..... 8월달 수영을 8시로 잘못본거 같아... "

" ......야 그걸 헷갈리냐!!! 정신 안차릴래?? 가로열고 버럭 가로닫고 "

라고 적었지만 사실은 화는 안냈다. 나는 우리집의 평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우리는 수영장을 갔고 엘레베이터에서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딸아이 수영친구를 만났다.

" 엇, 지금 오시는거에욥?? "

" 네? 아니요 지금 끝나서 내려 온건데.... 안녕히 가세욥 "

집사람은 무안해서 웃고 나는 그걸보고 욱하...아니 욱고 있다 하하하하하하핳핳ㅎㅎ하하


이렇게 집가기에는 아쉬워서 우린 설x빙 가서 망고 빙수를 씹어먹고 앞에 있는 다이소로 향했다.

다이소는 문제가 많다. 살게 없는게 가면 뭘산다. 천원의 아까움이 그곳에선 합리화 된다.

딸아이는 다이소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다안다. 그곳만 가면 딸아이는 사라진다. 그리곤 계산대로 가면

다시 홀연히 나타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다크템플러 같다. 그렇게 우리집 다크템플러는 이번에 봉숭아

물들이기 세트를 가져온다. 안사주면 사줄때까지 안가겠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나는 집사람에게 결정권을

넘긴다. 둘의 대립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다이소 직원과 나는 서로 다른 감정으로 그둘을 본다.

오늘은 다이소 직원이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딸아이의 봉숭아물 패키지를 샀기 때문이다. 다이소 직원

건치미남이었네.....금니빨 빼고 모조리...미안했다...


봉숭아물 패키지를 보니 나의 찬란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그시절엔 패키지가 어디있겠나 봉숭아 꽃 채집부터 물들이기까지 DIY 였다. 거의 장인정신이 필요했다. 그래서 봉숭아 물들이기는 특별한 날에만 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서로 커플이라는 증거로 오른쪽 새끼 손가락만 물들였다. 그당시에는 그새끼 손가락이

우리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착각해서 왼쪽에 하면..... 이해한다면서 점점 나를 피할수도 있는 오해? 를

받을수도 있었다.(물론 한적은 없다. 나도 동성보단 이성에 눈을 떴으니까.)

그리고 서로의 우정을 증명하기위해 오른쪽 엄지에 물을 들였다. 우리우정 엄지의 봉숭아 물이 증명해준다.

삼국지 유비,관우, 장비가 말의 피로 의형제를 증명 했다면 우리는 봉숭아의 즙즙이로 증명한다.

그당시에는 멋있었다. 세상이 안무서웠다. 야자 빼먹고 도망가다 걸리면 하키채로 우리의 우정을 박살내시던

학생주임 선생님 빼고는....


나는 그당시 엄지와 새끼손가락에 물든적이 없었다. 그냥 귀찮았다.(더이상 궁금해하지마라) 그러다 주말에 어쩌다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방문에 새끼 손가락을 찧었고 새끼손가락 손톱에 피나 고이면서 뻘겋게 물들었다. 너무 아파서 새끼야 새끼야 소리지르다가 조용히해 이새끼야 라는 아버지 말씀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끅끅 거렸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학교를 가면서도 새끼손가락은 여전히 피가 고여있었고 손톱이 뻘겋다 못해 검푸른 색이었다. 나는 아파서 새끼손가락을 거의 펴서 다녔고 얼핏보면 평화의 상징 피스 의 손동작을 하면서 다녔다.

그러다 친구들이 나의 새끼 손가락을 보며

" 님 여친생김?? " "미친 대박이네?? 너가 ?? 왜 ?? 돈빌려줬냐 ? "

" 한국인 맞음? 어디 아프심? " 이라는 거의 국정 감사 급 질문을 받았다.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묵비권을 행사했고 나는 그날 여자친구 생겨서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들었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때 아니라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왜 말을 못했을까.... 그날 왜 난 그냥 기분이 좋았을까.....

지금은 말해주고 싶다.

" 내여친 귀여니 소설 나오는 여주인공 처럼 오나전 이쁨... 반윤희 스타일임. "

Y- 프리스타일을 들어본다. 뻘겋게 물든 딸아이 손가락을 보며 나는 그날의 없다가 생긴 블러드 여친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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