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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이는 커피

by 박계장

요즘 아침이면
26층에서 근무하는 후배와 자주 커피를 마신다.


나이는 제법 차이 나지만,
우린 친구처럼 지낸다.
마음이 통하면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친구는 오래전,
내가 구청에서 계장으로 일하던 시절
같은 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그때도, 지금도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오늘 아침도 그와 함께
단골 커피숍에 들렀다.
조용한 건물 1층, 자그마한 공간.


나무 테이블과 커다란 화분,
오래된 조명 아래 퍼지는 커피 향.
언제 와도 아늑하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다크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보통은 키오스크로 결제하고,
진동벨이 울리면
우리가 직접 가지러 간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주문한 커피 두 잔을
종업원이 직접 테이블로 가져왔다.


머그잔 안엔
커피가 잔 끝까지 가득 차 있었다.
쟁반을 든 종업원이
조심조심,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마음이
걸음마다 담겨 있었다.


테이블에 거의 다다랐을 때,
잔 하나에서 커피가 아주 살짝 넘쳤다.


후배가 작게 웃었고,
나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커피를 왜 이렇게 많이 담아오셨어요? 힘들게…”


종업원은 말없이 수줍게 웃었다.


요즘은 뭐든 셀프다.
물도, 반찬도, 커피도
이젠 손님이 움직이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손을 거쳐
정성스럽게 전해지는 장면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오늘 커피는 더 따뜻했다.


늘 마시던 커피였지만
오늘은 유난히 정겨웠다.


잔이 식어갈 무렵에도
마음 한켠은
아직 따뜻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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