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전 글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투석을 하긴 했다.
그거 말고는 없는데 어쩌겠는가. 해야지.
과정이 궁금하진 않으시겠지만 여기는 내 일기장과도 같은 곳이니 적어보자면 (답정너라는 소리다)
엄마한테 엄청 뭐라고 했다. 진짜 안 할 거냐고.
엄마는 아빠를 중환자실에 보낸 첫날 내가 초점 없는 눈으로 울기만 하는 게 정신을 놓을까 봐 너무 무서웠다고 했는데 투석 못한다고 우는 엄마를 보니 아 내가 딱 저랬겠구나 싶었다.
가만 보니 조곤조곤 설명을 해서는 절대 들리지 않겠구나 판단이 서자 엄마의 어깨를 붙잡고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다. 엄마는 눈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으로 날 바라봤었다.
"엄마. 잘되는 안되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 나중에 엄마도 후회가 없는 거야. 돈 때문에 안 하겠다고 했다가 평생 후회 속에서 살고 싶어? 나는 지금도 매일매일 후회 속에 살아. 이것마저 안 하면 나 정말 평생 자책하면서 살 거야. 엄마는 내가 그랬으면 좋겠어?"
"어차피 지금도 우리 돈 없어. 거지라고. 어차피 거지되는 거 3명보다는 4명이 낫겠지 안 그래?"
지금 쓰면서 보니 막말도 이런 막말이 없다. 그렇지만 그때는 이런 거 저런 거 가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옥신각신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중환자실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주치의 선생님의 전화였다.
“김자헌 님 보호자분 제가 김자헌 환자에게 다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비용까지.
환자가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셨습니다. 보호자분, 환자에게 투석 진행해도 될까요?”
아빠가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엄마는 하루만 해보고 경과에 따라서 중단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지 물어보았지만 의사 선생님은 하루 만에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고 했다.
가만히 듣던 나는 엄마 입에서 안 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냅다 핸드폰을 뺏었다.
“선생님 해주세요. 엄마도 하고 싶다고 했어요. 해주세요.
결과는 하루 만에 안 나오더라도 선생님이 이틀이나 삼일정도 지나면 알 수 있다고 하셨으니까 저희 면회 갔을 때 알게 되시면 꼭 말씀 부탁드려요.”
주치의 선생님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엄마한테 윽박질렀던 게 미안해 슬그머니 손을 잡았다.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난 앞 뒤 생각 안 하고 신나게 물을 엎지르다가 뒤늦게 주워 담으려고 노력하는 마이너 한
취미가 있다. 아 이런 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던가? 아무튼간에 그렇다.
꼼지락 거리는 내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고운아. 젊은 나이에 너무 큰 빚을 지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그래도 우리 딱 하루만 해볼까?"
그 말을 들은 김 씨 집안이 알아주는 다혈질 첫째 딸 김고운은 '미안하다는 말 그만하지?'라는 말을 최대한 고르고 고르느라 무진장 애썼다.
"엄마. 돈이란 게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있는 거래. 물론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없는데 어쩌겠어. 지금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거야. 그 마지막이 헤어지는 거라도 우리가 앞으로 씩씩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거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박수 부탁드린다.
나 정말 노력했다.
고맙다며 또 펑펑 울던 엄마는 말 그대로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고요한 새벽 엄마를 재우고 나 혼자 불 꺼진 거실 창문 앞에 앉아 또 나처럼 밤잠 못 이루는 불빛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문뜩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너무 안쓰러웠다.
무언가에 홀린 듯 노트북을 켜 정신없이 일기를 썼다.
지금 내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내 일기는 항상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났다.
괜찮다
사실 괜찮지 않다
후회는 없지만
괜찮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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