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투석 셋째날
첫째 날과 별 다를 게 없는 투석 둘째 날이 지나고
(둘째 날도 어김없이 아빠와 함께 하는 세뇌 타임이 이어졌는데 내가 하도 난리를 치니 아빠가 날 만나면 할 말이 그것밖에 없냐고 투덜거리긴 했다.)
투석 셋째 날 오전
밤새 뒤척이다 잠든 내 귓가로 희미한 진동이 울렸다.
프렌치 불독 마냥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들며 힘겹게 눈을 뜨니 02로 시작하는 번호가 보였다.
중환자실이다.
중환자실에서 나에게 전화를 줄 때는 아빠가 위급한 상황 말고는 거의 없다고 했었기에
심장이 입에서 뛰는 신세계를 경험하며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김자헌 환자분 따님 되시죠? 중환자실입니다. 간수치 올라가는 게 멈췄어요. 투석 덕분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 하루만 더 돌려보려고 합니다. 괜찮을까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도 못하는 정신으로 하루만 더 돌려보자는 소리에 듣고는 냅다 해달라고 했었다.
그렇게 아빠의 투석이 하루 더 연장되었다.
조금은 부푼 기대를 안고 병원에 갔던 것 같다.
제발 긍정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해 본 적이 있나 싶다. 대학에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도 취업에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도 이만큼 간절하진 않았는데.
미사를 드리고 면회를 가니 거뭇거뭇한 수염을 싹 정리한 아빠가 보였다.
"아빠! 얼굴이 보송해졌네?"
"응 오늘 아침에 씻겨주시면서 면도도해주셨어."
깔끔해진 아빠를 요리조리 보는데 그날따라 아빠의 표정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눈도 잘 못 뜨고 말도 어눌했다.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은 잘했는데 그날은 동문서답을 하며 너무 졸리다는 말만 반복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아빠가 이대로 영영 눈을 뜨지 못할까 봐 아빠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며 눈을 감는 아빠를 억지로 흔들어 깨웠다.
그렇게 내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매우 안 좋은 쪽으로) 아빠의 잠을 방해하고 있을 때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오늘 보니 환자분 등과 배 쪽 피부가 더 벗겨지지 않네요. 피부가 좋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면역력 수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아직 면역력 주사를 놓을 만큼 떨어진 건 아니라서, 나중에 더 떨어지면 주사를 놓을 생각입니다. 일단 투석을 하고 있으니 효과를 기대해 봐야죠."
여기다가는 이렇게 장황하게 적어놨지만
당시 나의 온 신경은 아빠에게 향해있었던 터라 나중에 간병일기를 쓸 때 물에 녹아 사라진 솜사탕을 잡으려는 너구리마냥 조각조각 흩어진 기억을 긁어모으느라 꽤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아빠가 이대로 의식을 잃으면 주치의 선생님이 당장에라도 인공호흡기를 하자고 말할까 너무 무서웠다.
내 딴에는 노력한다고 안 보이는 곳에서 계속 아빠를 쿡쿡 찔렀던 게 기억난다.
나는 면회가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가
아빠가 눈도 못 뜨고 대화도 못할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처음인데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물론 말하는 내내 떨어지는 닭똥 같은 눈물은 자매품이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빠가 잠을 못 잔 지 꽤 되었다고 했다. 회복하는데 수면도 굉장히 중요한데 아빠는 수면 자체를 힘들어해 억지로라도 잘 수 있도록 하느라 수면제를 처방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아직 울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여기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허구한 날 우는 보호자를 보자니 주치의 선생님도 지치셨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
오전에는 들떴던 기분은 꿈이었던 것 마냥 한껏 풀이 죽은 체로 면회를 끝내고 출근을 했었다.
심란한 마음을 안고 일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중환자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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