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 아빠는 우리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해
하루에 두 번이나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올 때의 느낌이 어떤지 아시는가?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정답을 말해보자면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왜 드라마에서 보면 중요한 전화가 왔을 때 우당탕탕 거리며 전화를 받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예전에는 에이 너무 과하다. 아무리 그래도 누가 저렇게 받아. 하며 낄낄 거리곤 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내가 그러고 있었다.
역시 드라마는 현실이다.
하루에 두 번이나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오다니
이번에는 정말 큰일이겠구나 싶어서 손을 달달달 떨면서 전화를 받았다.
주치의 선생님일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낯선 남자 간호사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00 병원 중환자실입니다. 김자헌 환자분 따님 맞으실까요?"
"네 맞아요. 무슨 일 있나요?"
불안으로 떨리는 내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전해졌는지 간호사분이 나를 안심시키며 말을 이었다.
"아. 어디가 안 좋으셔서 전화를 드린 게 아닙니다. 환자분은 괜찮으십니다. 식사도 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가정에서 드시는 간장이 따로 있으실까요?"
간장...?
중환자실에서 우리 집 간장을 왜...?
순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바보처럼 예? 예? 소리만 반복했다.
"저녁시간에 환자분이 간장을 찾으셔서 미음 하고 간장을 같이 드렸는데, 가정에서 드시던 간장이 먹고 싶다고 하셔서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오....
살다 살다 중환자실에서 우리 집 간장 레시피를 물어보는 날이 올 줄이야.
간호사님의 설명에 긴장으로 잔뜩 굳어졌던 몸이 풀어지며 미역 줄기마냥 흐물흐물 벽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려갔다. 당황과 어이없음으로 만들어진 웃음이 아니.. 저는 진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하는 말과 뒤섞여 흘러나왔다.
간호사님도 간장 하나로 만들어진 이 상황이 웃기셨는지 목소리에서 조그마한 웃음기가 묻어 나왔다.
"주치의 선생님께도 말씀드렸는데 환자분이 특정 음식을 찾는 일은 드물기도 하고 다양한 맛을 보면서 미각을 되돌리는 것도 중요하니 보호자분께 연락드려보자고 하셨습니다."
나는 갑자기 간장을 찾아서 당황하셨을 텐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병원에서 따로 제공하는 것만 가능하다고 하셔도 납득했을 텐데 사소한 거지만 소통해 주시는 것 자체가 보호자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때 깨달았다.
특별한 건 없지만 일단 내일 면회 갈 때 가져가보겠다고 말씀드리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간장의 마법인지 그 이후로 퇴근할 때까지 일하는 내내 즐거웠다.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 말해보자면 원래 중환자실에는 음식물 반입이 되지 않는다. 우리 또한 간장 이외의 어떠한 음식도 반입이 불가했다. 유일하게 간장만 반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주치의 선생님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우리는 왜 안되는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급히 덧붙여본다.
집으로 돌아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바로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내가 오늘 무슨 전화를 받았는 줄 알아?"
내 말을 들은 엄마가 오랜만에 아주 신나게 웃었다.
"그 말 들으니까 아빠가 엄청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야. 그치."
엄마는 이럴 때가 아니라 얼른 간장을 만들어야겠다며 부엌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아빠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간장을 좋아하는데 지금 입안이 다 헐어서 괜찮을까? 아니면 고춧가루 들어간 거 하나랑 안 들어간 거 하나 이렇게 두 개를 만들어서 가져가볼까?"
재잘재잘 말하는 엄마의 얼굴이 밝았다.
그날 밤 두 모녀는 간장을 만든다고
온 집안의 불을 다 켜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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