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드리고 싶었던 말
안녕하세요.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항상 마지막을 생각해 왔는데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올리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종종 언급했다시피 이 글은 저희와 같은 희귀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작성했습니다. 정보가 필요해 오신 분들 중에 중환자실 그 이후의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 아빠는 원인불명의 스티븐 존슨 증후군 환자라 일반병실에 있는 동안 받은 진료와 치료가 처음 외래를 갔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현재 제가 드리고 싶었던 중요한 정보는 이걸로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내내 중간중간 꼭 넣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글솜씨가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따로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건 아니라서 쑥스럽지만 대단하고 멋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족이 아프기 전까지 나름 세상 힘든 일은 다 겪은 어른이라 자만하면서 살아왔습니다만 막상 가족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겪는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더군요.
"나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드라마 대사 같지 않나요. 말 그대로 눈에 뵈는 게 없는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후회도 많이 했고 두려움에 자책도 하고 그러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억척스러워지기도 했었습니다.
왜 아주머니들이 억척스럽다고들 하는데 그 행동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억척스러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고찰해보기도 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보호자로서의 시간을 걸어오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자녀가 아프지만 마주칠 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보호자도 계셨고, 일면식도 없는 제게 환자의 곁에서 마음을 단단하게 잡는 법을 알려주시는 보호자분도 계셨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주시며 위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그분들의 아픔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저의 아픔을 위로하시고자 그분들의 슬픔을 꺼내 보이셨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노력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여전히 이 지독한 병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저 또한 여전히 보호자 000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이 병은 평생 동안 함께 해아 할 동반자로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되돌리려 노력했지만 시력만큼은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한순간에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아빠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의 또 다른 변화여서 이 또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합니다.
아프기 전의 평범했던 일상으로도, 눈멂이라는 세계에도 문을 두드려봤지만 그 어느 곳에도 초대받지 못했기에 저희는 지금도 그 사이 어딘가의 길을 외롭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후에 저의 글솜씨가 좋아진다면 여러분께 그 사이 어딘가의 길에 대해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미래의 저희가 결국 어떤 세계로 초대를 받았는지까지요.
몸이 불편하셨던 분들 중에서는 완치가 되셔서 일상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그 안에는 저희와 같은 힘듦을 겪고 계시는 분들 또는 추억으로 남아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품고 나아가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비록 그때는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슬픔과 아픔 그리고 힘듦을 이겨내고 앞으로의 삶을 열심히 걸어가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사랑과 용기 그리고 행복이 언제나 함께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