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이렇게 갑자기 일반병실로요?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병원 복도를 눈썹 휘날리게 걷는 보호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김자헌 환자의 보호자 김고운이다.
미사가 끝나는 시간과 면회가 시작되는 시간은 딱 3분 차이가 났다. 성당과 중환자실이 가까워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꽤 고생했을 시간간격이다. 전에 한번 면회시간보다 2분 정도 늦게 들어갔는데 내가 면회를 안 오는 줄 알고 걱정과 실망을 하고 있다가 뒤늦게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나를 보고 눌러놨던 감정을 와다다 쏟는 아빠를 보고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면회 정각.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방역복을 입는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아빠에게 가면 아빠도 손을 흔든다. 희고 하얗고 살구색들로 가득한 병실 가운데 어째 아빠만 점점 더 노랗게 변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얀 백도들 사이에 홀로 노랗게 익어버린 황도가 된 아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울지 않기로 다짐했으니 씩씩하게 간다.
아빠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주치의 선생님과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봤다.
"아니? 나 지금 미사 드리고 바로 왔는데?"
"그래? 고운아. 나 일반병실에 갈 수도 있대."
당황스러웠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치의 선생님께 정확한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지 이틀째. 지금 나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 주실 분은 아무도 안 계셨다.
"김자헌 환자분 보호자 맞으시죠? 주치의 선생님이 일반병실로 옮기신다고 내일 11시까지 보호자 대기하시면 된다고 하셨어요."
예? 이렇게? 갑자기요? 저희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요? 주치의 선생님?
당황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고 속으로 애타게 선생님을 찾았지만 면회가 끝날 때까지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 최근 위중한 환자들이 많이 들어와 바쁘시다는 말씀을 들었기에 내일 일반병실로 옮기기 전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아빠 검사결과 안내받았어?"
"아니"
"그래? 결과가 나올 때가 됐는데. 결과가 괜찮게 나와서 병실을 옮기라고 하시는 건가.."
"그냥 말을 안 해주는 거야."
"검사를 했는데 왜 말을 안 해줘, 아직 안 나왔나 봐"
"mri 도 다른 검사결과도 다 나왔는데 원인도 안 나오고! 해줄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말을 안 해주는 거야!"
아빠가 대뜸 화를 내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면회를 하면서 한 번도 이렇게 격한 감정을 내비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아빠도 한계가 왔구나 했다. 알겠다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꼭 말해달라고 하자며 아빠를 달랬다.
집에 돌아와서도 중환자실에 계속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일반 병실로 가도 되는 걸까? 이런 걱정을 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지라 나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모든 가족들이 "갑자기?"라고 말하며 급작스럽게 변경된 일반병실로의 소식을 당황해했다.
아빠의 간은? mri는? 전원은? 균 감염 여부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병실로 옮기는 날은 주말이라 엄마와 동생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꼭 물어보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주말 오전. 엄마와 동생은 병원으로, 나는 출근을 위해 직장으로 향했다.
일하는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점심시간만 손꼽아 기다렸다. 헐레벌떡 전화를 하니 아직도 병실에 옮기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당황해서 순간 내가 시간을 잘못 들었나...? 했더랬다.
이유인즉슨 병원에 또 다른 위중한 환자가 들어와 긴급 수술과 치료를 하느라 이동시간이 늦춰졌다고 했다.
오후 4시경 잠시 시간이 비어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서 이제 막 병실을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치의 선생님이 수술이 끝나자마자 헐레벌떡 중환자실로 달려오셨는데 엄마는 매우 오랜만에 보는 선생님의 얼굴이 그렇게까지 녹초가 되신 건 처음 봤다고 했다.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 아빠가 일반병실에 갈 만큼 호전이 된 것은 아니다.
* 간수치는 여전히 올라 3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 황달 수치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 복수가 차오르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소화기 내과 교수님도 약 이외에는 별다른 처방을 해줄 수 없다고 하셨다.
* 좋지 않은 균들도 여전히 검출되고 있다.
"다만 지금 환자분이 중환자실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잠도 거의 주무시지 못합니다. 의식은 있으시니 움직일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에 굉장한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계세요. 의학적 소견으로 보자면 중환자실에 계셔야 하는 것이 맞지만 환자가 회복하려는 의지를 다지게 하기 위해서 일반병실로 옮겨보는 것도 좋겠다는 것의 저희의 의견이었습니다."
약을 쓰는 것처럼 환자가 편안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도 일종의 치료법 중 하나라고 하셨다. 조건이 있다면 일반병실에 갔는데 호전이 되지 않거나 상태가 더 악화되면 다시 중환자실에 가는 것이었다. 간단한 요약을 전해 듣고 뒤늦게 아빠의 안부를 물었다.
"그래서? 아빠는 어때? 괜찮아 보여?"
"어 완전. 누나가 와서 봐봐 아빠 표정부터가 달라."
엄마가 아빠의 물을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 전화기를 넘겨받은 동생의 말로는 일반병실에 간 아빠의 표정이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 없었다고 한다. 절대 다시는 중환자실에 가고 싶지 않다며 울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혼자 외로이 길고 힘든 싸움을 했을 아빠에게 고생했다고. 너무 잘했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 아빠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중환자실 입원 한 달 만에
우리 넷은 일반병실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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