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27 ) 기도하면 이루어 질 수 있대

by 김 고운


이전에도 종종 언급했듯이 병원 안에는 작은 성당이 있다. 얼마나 작고 아담하냐면 평일 오전 미사를 드리러 오는 신자는 나 하나뿐이었다. 그렇기에 신부님과 수녀님은 하나뿐인 평일 신자를 정말 매우 엄청 다정하게 챙겨주셨었다. 가족 이외에 누군가에게 이렇게 깊게 힘듦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의지가 되고 감사할 수 없었다.


외래를 다녀온 다음날도 평소처럼 아빠의 안부를 물어봐주셨다.


"아버님은 좀 어떠세요?"

"어제 외래를 다녀왔어요."

"어머! 그래요? 이제 밖으로 외출이 가능하신가 봐요. 너무 잘됐네요."


평소라면 마무리되었을 대화가 수녀님의 말씀으로 인해 이어졌다.


"저도 아버지가 몸이 많이 안 좋으셨어요. 제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수도회에 다닐 때였는데 집안에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공부를 그만두고 다시 장녀로서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그때 신부님이 저에게 어떠한 위험이 와도 흔들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흔들리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어요. 동생들도 학생인지라 3교대로 서로의 공부를 봐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몸도 많이 힘들었지만 가족 간에 유대감이 엄청 끈끈해졌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버지가 안 계시지만 저희 가족은 그때의 그 시간들을 기억하며 똘똘 뭉쳐서 잘 살아가고 있어요. 가족들이 불안해하면 환자도 불안해해요. 많이 힘들겠지만 이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버텨봐요."


처음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아픔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던 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시는 수녀님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철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던데 이렇게 말하기까지 아픔이 얼마나 마음을 두드려댔을까.

또 내가 그만큼 단단해지려면 슬픔이 얼마나 더 나를 두드려야 할까 싶었다.







면회를 가니 어제보다 열이 1도 정도 떨어졌다.

"아빠 열 많이 떨어졌네?"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36도로 내려갔어."

너무 잘했다며 칭찬으로 시작한 기분 좋은 면회였다. 이 기세를 이어 오랜만에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오늘 점심은 뭐 나왔어?"

"계란국"

"계란국?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국이잖아!"

"나는 입이 아프니까 국에 밥을 말아먹어서 오늘은 무슨 국이 나올까 기대를 하거든. 근데 국 뚜껑을 딱 열였는데 계란국이 나오면 아.... 실망.... 이러면서 입맛이 없어져. 계란국은 왜 이렇게 자주 나올까? "

"그럼 지금까지 먹었던 국 중에 뭐가 제일 맛있었는데?"

"시래기 된장국이 제일 맛있었어."


이야기를 하는데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네요. 황달을 유발하는 간 수치가 1000이 넘었어요. 이미 전부터 간이 좋지 않으셨는데 이 질환으로 좋지 않았든 간에 영향을 많이 받아 회복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이 질병은 한시도 우리를 즐겁게 놔두질 않았다. 가만히 듣던 아빠가 대뜸 일반병실에는 언제 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굉장히 좋지 않은 균, 그러니까 검출되면 안 되는 균이 최근에 계속 검출이 되고 있어요. 중환자실에서 항생제를 쓰면서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일반병실로 내려가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빠는 간이식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빠와 같이 염증이 검출되는 환자는 간이식 대상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셨다. 모든 답변을 들은 아빠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럼 지금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나와 주치의 선생님은 놀라서 아빠를 쳐다보았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하셨다.

"아버님. 간 수치에 1~4 단계가 있는데 아버님은 지금 2단계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단계가 넘어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더 안 좋은 수치가 나오기 전에 원인을 찾고 치료를 해야 해서 협진과 전원 이야기도 했던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세요."


주치의 선생님 앞에서는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는데

막상 아빠의 입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말이 나오자 너무 놀라서 아빠의 팔을 찰싹 쳤다.






저녁을 먹으며 엄마에게 오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줬다.

가만히 듣던 엄마가 대뜸 미용실에 간 이야기를 해주었다.


"고운아 엄마 얼마 전에 미용실 다녀왔잖아. 거기 언니랑 정말 오래 알고 지냈는데 서로 가정사에 대한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거든? 근데 오늘 미용실 언니가 갑자기 언니 가정사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들으면서 그 언니도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싶었어. 그러면서 자기가 옛날에 사촌인가? 한테 이런 말을 들었대. 사촌이 사는 게 하도 힘들어서 점을 보러 갔었는데 점을 봐주시던 보살님이 대뜸 종교가 있냐고 물어보더래. 그래서 없다고 그랬더니 무엇이든 좋으니 종교를 하나 정해서 간절하게 기도를 해보라고 그랬대. 간절히 바라는 걸 온 마음을 다해서 기도하면 이루어질 수도 있으니까 간절히 바라보라고 그러더래."


엄마는 입안에 있는 밥을 꿀꺽 삼키고 마지막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도 간절히 바라보자."


엄마는 대답을 기다리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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