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으며, 내심 기대했던 건 아마도
약간의 속 시원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이에게
마음 깊은 비밀을 털어놓는 일 자체보다,
댓글로 전해지는 따뜻한 위로가
뜻밖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쉽지 않았던 점이 있습니다.
지난 기억을 떠올려 옮겨 적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감정을 떠올리는 일은,
다시 화나고, 다시 상처받고, 다시 슬퍼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듬어 주신 많은 말들에 위로받았습니다.
최근 연재한 회차들은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담담하게,
감정을 배제하려 애썼지만
지난 회차를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습니다.
다음 회차의 초고는 완성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다듬을 수가 없습니다.
푹 자고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은 뒤 파일을 열었지만,
한 글자도 손을 대지 못한 채
그대로 덮고 말았습니다.
여러 번 다시 읽으며 감정을 덜어내려 했지만,
읽을수록 숨이 가빠져, 끝내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숨을 고르려 합니다.
며칠이 걸릴지,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쓴 글을 차분히 읽을 수 있을 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과거를 들춰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지금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