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무속에서 내 이미지가 느껴진 거야
"오늘은 균형 잡는 자세를 오래 해볼 거예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한 발을 바닥에 단단히 딛고,
나머지 다리를 허벅지 안쪽으로 가져와 붙인다.
요가 수련 중 자주 등장하는 동작 중 하나인,
나무 자세.
그만큼 여러 번 반복해 와서
이름만 들어도
몸이 그럴듯한 모양을 만들어내지만,
매번 어딘가 불안한 자세.
자세를 유지한 채
거울 속 나를 바라본다.
비틀비틀.
몸이 흔들린다.
그 순간,
거울에 비친 옆 사람의 모습이 들어온다.
고요하고 안정적인,
흔들림 없는 나무처럼 단단한 자세.
갑자기 마음이 요동친다.
'발바닥 좀 더 붙여야 하나...'
'내 자세는 진짜 곧 쓰러질 것 같아.'
'근데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안정적이지?'
나는 애써 그런 생각을 밀어낸다.
‘괜찮아, 괜찮아.’
속으로 되뇐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드니 내 얼굴이 보인다.
꽉 다문 입술.
굳은 턱과 눈가.
마치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표정.
순간적으로
두 눈이 갈 곳을 잃고,
그 표정을 들킬까 봐
황급히 입꼬리를 끌어당겨 올린다.
그 순간—
자세가 무너진다.
발바닥이 흔들리고,
몸이 무너지고,
마음도 무너진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자세를 정돈한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런데도
몸이 먼저 말해온다.
발바닥은 겨우 딛고 있지만,
무게중심은 한쪽으로 쏠려 있고
엉덩이와 허벅지는 덜덜 떨린다.
어딘가,
흐름이 끊겼다.
몸의 자세는 다시 잡았지만,
마음은 굳은 채 힘을 주고 있었다.
괜찮은 척하려는 힘.
넘어지지 않으려는 힘.
흔들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힘.
그 순간,
호흡이 막혀 있다는 걸 알아챈다.
숨을 쉬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 숨은 이미 멈춰 있었다.
흐르지 못한 숨.
참아낸 마음.
아, 내 마음도
지금 숨을 참고 있었구나.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감정.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
“난 그런 거 아닌데”라고 말하며
애써 눌러두었던 마음.
그걸 감추기 위해
나는 호흡을 참고 있었고,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길게 숨을 내쉰다.
후—
그냥 내쉬는 숨 하나인데,
그 안에
무언가가 풀려난다.
몸도, 마음도
조금 느슨해진다.
내가 참은 건 호흡만이 아니었다.
그 안엔, 오래전부터 감춰둔
어떤 모습이 조용히 꿈틀대고 있었다.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마음과 마주하기 전에
숨 한 번 고르고,
지금의 흔들림을 먼저 바라봐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