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전화는 고객이 불편하므로 연결할 수 없습니다.
위이이이 잉—
쇼츠 하나가 끝나고,
검지 손가락을 화면에 가져다 대는 순간.
기다리던 다음 영상 대신,
화면은 전화 연결 창으로 바뀐다.
어, 이분은…
지난주 만났었는데 왜 또 연락 왔지?
얼마 전까지 직접 만나 잘 이야기하던 사람인데, 막상 전화가 오니 이유 없이 거부감이 올라왔다.
부탁할 거라도 있나?
혹시 그날 내가 실수한 게 있었나?
하나씩 올라오는 생각들이 잔잔하게 흔들림을 만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었을까?
그 순간 진동이 멈추고, 생각의 흐름도 따라 멎는다.
다행이다.
…응? 뭐가 다행이지?
그냥… 부담스러웠다.
이유는 없었지만, 전화받기가 싫었다.
그런데 이게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감정, 비슷한 상황.
통화벨이 울릴 때마다
나는 자주 ‘안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번엔 멈춰 서서, 그 생각의 진동들을 고스란히 느껴보기로 했다.
왜 나는,
전화를 받기 직전의 이 순간에 항상 마음이 이렇게 조여 오는 걸까?
생각해 보니,
그 사람 앞에서 나는
항상 예의 바르고,
실수하지 않는 빈틈없는 모습을 연기하곤 했었다.
상대는 그런 연기를 하는 나를 보고,
'오케이' 라는 큐 사인을 보내는 감독처럼 느껴졌다.
그 이미지가 내가 만든 것인지,
상대가 바란 건지 애매한 경계 속에서
나는 늘 “실망시키면 안 되는 사람”처럼 굴었다.
이미지를 입기 전의 나와
연기해야 할 이미지 사이에
약간의 어긋남이 생길 때,
나는 그 틈에서 ‘불편함’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만난다.
신기하게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 때는 이런 감정이 훨씬 덜하다.
아마 내가 연기해야 할 이미지를
한 번쯤 곱씹어볼 여유가 있어서일까
배우가 ‘레디, 액션’ 전에 감정을 채비하듯,
나도 신호음이 울리는 동안
내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천천히 껴입을 준비를 한다.
띠리리리링
뚜우-
... 셋
뚜우-
... 두울
뚜우-
... 하나
뚜우-
액션
“어머, 안 받네.”
마음의 긴장이 툭 풀리면서
입가 근육도 제자리를 찾는다.
“아까 영상이나 마저 볼까?”
위이이이 잉—
다시 들려오는 진동음에
시선 역시 갈 곳을 잃고 흔들린다.
다시 빠르게 이미지 장착
크음 아-
익숙한 '솔'톤으로 갈아입고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