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엄마에게 지어 올린 한 끼
작은 정성 하나가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숨결이 된다.
국물 한 그릇에도
세월은 스며들어 있었다.
웃음은 건너와 얼굴에 머물고,
손길은 지나가며 사랑이 되었다.
한 끼 밥상 앞에서 알게 된다.
작은 정성이
누군가의 평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처럼 엄마가 오셨다.
얼마 전 집을 옮기고 처음 오시는 발걸음이셨다. 딸아이 학교 앞으로 급히 이사를 했던지라 좁아진 탓에 오시라고 하기도 그랬는데 그래도 엄마가 오신다니 괜히 신이 났다.
그런데 요 며칠 딸의 대입 수시원서를 넣느라 신경을 썼더니 소화불량과 두통에 시달린 몸 상태로 컨디션은 안 좋았던 날이었다.
그래서 별다른 준비도 큰 계획도 못했었다.
나가서 사드릴까,,, 배달을 시킬까 고민을 하다
그냥 냉동고 속 손질해 둔 게 한 마리를 꺼내
엄마가 좋아하시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기로 했다.
' 엄마가 오신다니 그래도 내 손으로 직접 한 끼 밥상 정도는 직접 해드려야지...'
혼자 중얼거리며 냄비에 된장을 풀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집안 가득
익숙하면서도 든든한 냄새가 퍼졌다.
식탁에 찌개를 올리자 엄마가 숟가락을 드셨다.
첫 술을 뜨자마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 이 맛 좀 봐라.
아이고, 네가 끓였다고?
어쩜 내가 끓인 거랑 똑같니.”
엄마의 말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했고,
딸은 나를 보며 까르르 웃었다.
“할머니, 진짜 똑같아?”
“그럼, 네 엄마 솜씨가 이제 제법이네.”
그 순간, 된장찌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엄마의 기쁨이 나의 뿌듯함으로,
다시 아이들의 웃음으로 번져갔다.
소박한 밥상 위에서
세대가 함께 끓어오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엄마는
조용히 딸의 손을 잡으셨다.
그리고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우리 손녀딸이랑 아주 맛있게 잘 먹었네. 공부하느라 힘들지? 이거 받아.”
딸이이는 두 손으로 받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괜찮아요, 안 주셔도 돼요.”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환한 빛이 번졌다.
그 순간, 오래전 기억이 겹쳐졌다.
외할머니께서 오실 때마다
꼬깃꼬깃한 지폐를 내 손에 쥐여주시던 장면.
그때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였었지.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얘들아,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해.
네 엄마는 내 딸이기도 해.
내 딸 잘 부탁한다.”
나는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랑은 이렇게 건너서 이어지고,
그 무게는 세월이 지나도 줄지 않는구나.
된장찌개 한 냄비를 끓이는 일은
대단한 계획도, 특별한 재료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작은 정성 하나가
엄마를 웃게 하고,
나를 든든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오래 남을 장면이 되었다.
엄마는 여전히 나를 돌보고,
나는 다시 엄마를 챙기며,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언젠가
자신의 식탁에서 또 같은 숨결을 이어가겠지...
세대가 다르다고 사랑의 모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손에서 손으로, 밥상에서 밥상으로
고스란히 전해질뿐이었다.
작은 정성 하나가 세대를 건너 큰 이야기가 된다.
작은 정성은 큰 계획보다 오래 남는다.
그날 된장찌개로 차린 한 끼 밥상은,
세대를 건너 흐르는 사랑의 얼굴이었다.
모처럼 엄마를 위한 한 끼 밥상을 차려내며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마음을 보았다.
엄마의 웃음이 나를 살리고,
내 손길이 다시 아이들을 웃게 했다.
그 순간, 부모님의 사랑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가장 깊게 다가온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밥 한 숟가락, 이불 한 번 덮어주던 손길,
그 모든 사소한 장면들이
세월을 넘어 지금까지 나를 붙잡아 주고 있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밤,
그 사랑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숨을 이어간다.
오늘의 밥상은 내일의 기억이 되어 오래 남는다.
by 《엄마의 숨》ⓒbiroso나.
오늘의 숨은 세월을 건너
딸들에게 이어진 한 끼 밥상 위의 사랑이었다.
《엄마의 숨》은 딸이 되고, 엄마가 되어 살아내는 순간마다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숨결을 남깁니다
#엄마의숨 #세대를잇는밥상 #외할머니의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