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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켈빈>

멈춤이 가져다주는 가장 단단한 고요의 힘

by 숨결biroso나

<모든 떨림이 멎은 후, 피어나는 찬란한 움직임>



가끔, 온 세상이 숨을 멈춘 듯한 고요가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발밑을 디디던 걸음의 소리도, 머릿속을 휘젓던 잔열마저도 차갑게 식어버리곤 하지요.


사람들은 그 시간을 공허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마음이 닿을 수 있는 가장 깊고 정직한 지점,

절대온도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절대온도는 모든 움직임이 멎는 곳이라 합니다.
원자의 미세한 떨림조차 거의 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는 침묵.

하지만 그 멈춤은 소멸이 아니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나를 응축하는 고결한 정지입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차단하고 나서야
비로소 들리는 심장의 박동처럼,
완벽한 고요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나의 본질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런 차가운 고요를 견딥니다.
바깥의 소란에 맞춰 춤추던 감정의 불꽃들이
하나둘씩 사그라들고, 뜨거웠던 열기가 서서히 얼어붙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불필요한 떨림을 조금씩 내려놓는 법을 배웁니다.

이 멈춤은 잠든 겨울의 땅과 닮아 있습니다.
겉은 얼어붙었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는
씨앗이 단단히 숨을 고르고 있지요.


차가움은 그 씨앗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유혹으로부터 지켜내는 절대적인 보호막입니다.

고요의 시간이 깊어질수록
봄에 피어날 움직임은 더욱 강렬해집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가장 차가운 지점이라 해도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멈춘 것이 아니라,

가장 찬란한 움직임을 위한 에너지를 천천히 비축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조용한 진동이,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합니다.


마음의 절대온도는 불필요한 떨림을 멈추고, 나만의 주파수를 찾게 합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명확한 자신의 움직임을 듣게 됩니다.




"가장 깊은 고요의 바닥에서, 그렇게 다시 피어날 힘을 얻고 있습니다."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극한의 차가움 속에서도 삶은 가장 단단한 약속을 준비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차갑거나 고요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에너지가 근원으로 돌아가는 시간임을 기억해 주세요.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은 지금 가장 단단하게 피어나고 있으니까요





#절대온도 #고요의힘 #자기성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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