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리즘의 침묵〉

조용한 빛의 자리

by 숨결biroso나

<평범한 흰빛 안에 숨은 무지개 빛>



가끔, 스스로가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별하지도 않고, 남들보다 눈에 띄는 것도 없고, 그저 흰 종이처럼, 아무 색도 없는 사람 같을 때요.


그럴 땐 잠시 멈춰서 하늘을 봅니다. 구름 사이로 흘러나오는 햇살이 흰빛으로 번지다가 창문 유리에 스치며 조용히 일곱 가지 색으로 갈라집니다.
아무 색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빛이 창가에 작은 무지개를 남기며, 제 안의 모든 색을 꺼내 보이는 순간이죠.

그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나 자신이 너무 평범한 흰빛 같다고 느꼈던 날들,
사실 그 안에도 수많은 색이 숨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거든요.

사람의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한 줄의 문장,
혹은 조용한 바람 한 번이 우리의 프리즘이 되어 줍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 있던 색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어떤 색은 오래 묻혀 있었고,
어떤 색은 잊힌 줄 알았지만,
그 모든 색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서둘러 빛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흰빛의 시간도 결국, 우리 안의 색을 키우는 시간일 테니까요.

빛은 언제나 조용히 머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의 마음을 통과하며 무지개처럼 피어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됩니다.
흰빛은 결코 비어 있지 않았다는 걸.
평범하다고 여겼던 그 마음속에도
이미 모든 색이 다 들어 있었다는 걸요.


모든 빛에는 파장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색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었고
조용하다고 흐려진 게 아니었습니다.

프리즘의 침묵은 세상이 잠시 나를 잊은 듯한 그 시간에
내 안의 색이 천천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의 빛은 이미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가장 조용한 순간에 가장 온전한 내가 됩니다.

흰빛 아래 숨겨왔던 나만의 색깔들을 이제 꺼내어 볼 시간입니다.


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안엔 모든 색이 숨어 있습니다.
평범한 하루 속에도, 나의 빛은 늘 조용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by 《그 자리에 핀 마음》 ⓒbiroso나.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그 자리에 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