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수보다 중요한 것
한 달 전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날.
나는 마치 투명한 병에 쪽지를 넣어
바다에 띄우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글 한 줄에도 심장이 뛰었고,
라이킷 하나에 마음이 흔들렸다.
누군가 내 글을 봐줬다는 사실만으로
내 안의 슬픔이 위로받는 것 같았고,
하루의 숨통마저 트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 글이 쌓이기 시작했고,
댓글이 붙고,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보일 때는
이게 정말 실화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 안에 조용히 자리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나는 계속 쓸 수 있을까?”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그냥 쓰고 싶었던 밤들이 있었다.
올렸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또 덮었던 새벽.
그때의 나는 글보다 더 흔들렸고,
나 자신조차도 믿지 못했다.
그런데도 계속 썼다.
잠든 가족들 틈에서,
불 꺼진 식탁 스탠드 불빛 하나에 의지해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것 같은 문장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건 누구를 위한 위로도,
작가 흉내도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증명이었다.
단어는 흐름이 아니라 체온이었고,
문장은 계획이 아니라,
다시 나를 믿기 위한 버팀목이었다.
지금도 그런 밤들이 있다.
글이 잘 안 써지고,
반응이 없는 것 같아 가라앉는 밤.
그럴수록 나는 안다.
그 조용한 시간들이야말로,
내 글을 진짜로 쓰게 해주는 시간이라는 걸.
브런치 글쓰기 한 달 동안,
나는 누군가의 반응보다
나의 숨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는 연습을 했다.
글을 쓰며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 시간은 조용히
나를 살아 있게 만든 기록이었고,
아무도 모르게
내 안에 살아남은 문장이었다.
이제 나는
아팠던 기억에 머물기보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쓰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그래서 오늘도 숨을 들이쉬듯 쓴다.
나를 데려다줄 문장 하나를 믿으며,
그 밤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 글이 아니라, 숨이 되기를."
by 《숨 쉬듯, 나를 쓰다》 ⓒ biroso나.
<숨처럼, 나를 쓰다>
한 문장을 쓰기까지
얼마나 오래 망설였는지 몰라.
쓰고 지우고,
다시 쓰려다
그냥 가만히 바라본 밤도 있었지.
너를 쓴다는 건
나를 꺼내는 일이기도 해서
한 단어조차
선뜻 꺼낼 수 없었어.
그리움은 항상
표현보다 깊고,
말이 닿지 못한 자리에
너는 앉아 있었으니까.
기억 속 너는 늘
쉼표 없이 이어졌지만,
나는 쉼 없이
마침표를 고민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
비록 서툴고 엉성하더라도
나는 결국
너라는 문장 앞에
도달해 있었다는 걸.
지금의 나는,
더는 망설이지 않기로 했어.
비록 이 문장이
누구에게도 닿지 않더라도
그저,
너를 썼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내가 머뭇거린 모든 밤은
너라는 문장을 더 곱게 품기 위한 시간이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다음 화 예고
6화. 〈작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솔직한 하루를 쓴다.
《숨 쉬듯, 나를 쓰다》는 글을 쓰며, 숨 쉬게 된 여정을 담은 따뜻한 성장 기록입니다. 써 내려간 마음의 결을 따라 당신에게 도착하는 위로의 노트.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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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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