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숨결로 쓰는 비로소나’입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마음에게>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누군가 내 이름을 조용히
불러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
아무도 없는데,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순간.
이름은 누군가 불러줘야 비로소, 이름이 된다.
그래서일까?
나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작은 기척 하나에도 마음이 스며들곤 했다.
누군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
“숨결님, 이 글... 꼭 제 얘기 같아요.”
또 다른 날엔 이렇게도 불렸다.
“비로소님, 작가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간혹 ‘비스트로님’이라고 불러주신 작가님도 있었다.
배고플 땐 자꾸 그 이름이 떠오른다며.
나는 웃음이 터질 뻔하다가,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실 'biroso나'는 좀 낯선 표기다.
알파벳이 섞인 이름은 금세 기억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려
애쓴 마음이 참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 이름이 뭐든,
그 발음이 조금 다르든,
나를 부르려 했던 그 마음.
나는 그 ‘불러준 마음’을 기억한다.
내 작가명은
‘숨결로 쓰는 biroso나’다.
'숨결'은, 말보다 먼저 닿는 것이다.
소리보다 부드럽고, 눈빛보다 가볍지만
때론 그 어떤 위로보다 깊다.
‘비로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삶의 균열 속에서도
다시 나로 살아가고자 애쓴 마음의 기록이다.
브런치 프로필에는
이 긴 설명을 다 담을 수 없어
그저 '숨결 biroso나”라고만 적었다.
줄여 쓴 이름보다 그걸 마음에 품고
기억하려던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더 크고 따뜻하다.
지금도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쓴다. 낯선 댓글 속 철자가 조금 틀리게 나를 부르거나,
줄여 부르고 사라진 독자라도,
그 온기만은 기억한다.
어쩌면 이름은,
단지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괜찮다.
누군가 나를 떠올려준 그 순간이 있다면,
나는 오늘도 숨결로 쓸 수 있다.
다정한 말 한 줄로도,
나는 다시 피어난다.
그리고 믿는다.
이름을 부르는 마음 안에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온기가 있다고.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글이 되고, 꽃이 된다.
오늘도 낡은 일기장을 넘기듯
내 마음의 주름을 펼치며
하루를 쓰고, 숨결을 남기고,
마음을 덧붙여, 다시 나를 적는다
비로소, 나로 살아가는 연습
이 조용한 기록이
내가 사라지지 않도록 나를 지켜준다
<이름 없는 날에도, 나를 쓴다>
가끔은
누구도 부르지 않은 이름으로
하루가 저문다
말없이 삼킨 마음들이
저녁 바람에 젖는다
하지만
이름 없는 날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조용히 지나온 하루에도
나는 나를 쓰고 있었고
어느 마음의 끝자락에
내 숨결이
닿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은 다정하다
이름은 그 다정함의 시작이다
오늘도 나는
불러지기 전에
먼저 다정한 문장을 남긴다
그래서 괜찮다
내가 불리지 않아도
이미 나였던 시간들
그 조용한 존재로
나는
살고,
쓰고,
숨 쉬었다.
"숨처럼 살아낸 하루가, 오늘의 나를 쓰게 한다."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많은 분들이 저의 작가명을 낯설어(?)
하시는 것 같아
예정에 없던 회차의 글을 급히 써보았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시고,
저를 어떻게든 기억해 주시고 불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다음 화는 예정대로
7화 〈작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로 이어집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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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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