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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앉아있던 자리>

19화 마음이 머무는 자리

by 숨결biroso나

누군가의 빈자리에
마음이 오래 앉아 있었다.

비어 보였던 그 자리는
사실 가장 많은 마음이 머물던 곳이었다.

말이 사라지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비로소 그 자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떠나간 건 사람뿐인데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고요히 멈춰 있었다는 걸.

다 하지 못한 말,
다 들은 줄 알았던 마음,
그 모든 것이 조용히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억지로 덜어내지도,
서둘러 잊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오래 앉혀 두었던 그 마음을
조심스레 다시 나에게로 데려왔다.

빈자리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조금 더 가벼워졌다.





"내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by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 biroso나.


오늘,
당신의 마음도
누군가의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다면,
그 마음을 잠시 앉혀 두어도 괜찮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멈춰 서는 하루가
당신을 다시 살아내게 하니까요.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매주 수/토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마음쉼표 #조용한위로 #혼자만의시간




*<숨결로 쓰는 biroso나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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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엄마의 숨》
2) 월 《별을 지우는 아이》
3) 화/ 토 《78개의 마음》
4)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5) 수/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6) 목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7)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8) 일 《말없는 안부》
9) 목/ 일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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