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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서 잠시 멈추다>

21화 계절이 바뀌는 건 마음이 먼저다

by 숨결biroso나

아침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햇볕 속에 숨어 있던 여름의 열기가

밤새 식어

창문 틈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비 냄새가 먼저 찾아왔다.

마른 나뭇잎 위로

처음 떨어지는 가을비가

조심스럽게 계절의 문을 두드리고


가로수는 아직 잎을 놓지 않은 채

온몸으로 그 소리를 받았다.


지붕 위를 두드린 빗물은

배수관을 타고 흘러내려

골목길의 흙 냄새와 섞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우산을 꼭 쥔 채

여름 끝자락을 서둘러 지나갔지만,

나는 발걸음을 늦췄다.


짧게 머무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가을비처럼 잠깐 스쳐도

쉼표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계절이 바뀌는 건, 날씨보다 마음이 먼저다.

by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biroso나.



"스치는 순간이 오래 남는 건, 그날의 표정 때문이다."


말 없이 스며드는 마음이 있어요.
비처럼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는 마음.
그런 하루, 당신 곁에 놓아둡니다.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여름의끝 #가을비첫날 #계절의숨결 #마음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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