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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지는 햇살 아래>

20화 여름의 끝에서 마음도 천천히 물러난다

by 숨결biroso나

햇살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었다.

입추는 지났고,
여름은 끝자락을 향해
조용히 뒷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더운 날인데도
바람의 기운이 달랐고,
햇볕은 전처럼 길지 않았다.

창가로 드리운 그림자는
어제보다 더 길고,
조금 더 조용했다.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스미고,
조금씩 달라지는 것들.

마음도 그렇게
조금은 옅어지고,
조금은 물러나고,
조금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계절이 기우는 만큼,
감정도 서서히 모양을 바꿔간다.

여름의 끝에서,
나는 조금 더 고요한 내가 된다.


햇살이 물러나는 자리에,

내 마음도 조용히 눕혀졌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만큼,

마음도 조용히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조금씩 짧아지는 햇살처럼,
마음도 천천히 물러날 수 있다면.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옅은 그림자 하나쯤,

마음에 남아도 괜찮은 오늘이기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매주 수/토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여름의끝 #계절의변화 #조용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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