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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눈물,너는 혼자가 아니야>

14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순간

by 숨결biroso나
학창 시절 공부 앞에서는 늘 혼자여야 했던 나,
오늘 나는 딸의 울음을 품에 안으며
엄마의 그림자와 다시 마주했다.


고3 대입 원서 쓰기 전 시기가 이렇게 폭풍전야일 줄은 몰랐다. 학교 수시 원서 상담 후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져 그간 괜찮았던 두통에 위경련까지 밀려왔다.

딸의 우는 모습까지 봐서 더 그런지... 괜찮은 척했지만 집에 오자마자 줄곧 혼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면 좀 나아지려나...

오늘은 나도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인 것 같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자마자, 딸의 눈가가 이미 젖어 있었다.
아직 대입 수시 원서를 쓰기도 전인데, 벌써 결과를 선고라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엄마..... 나 너무 불안해.”


그 말과 함께 터져 나온 울음은 주변 공기마저 흔들어 놓았다.


나는 순간,

무심코 “그러게 진작 좀 열심히 좀 하지”라는 말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하기 좋은 그 흔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할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대신, 나의 품을 내어 주었다.


그러자 "엄마, 나 더 꼬옥 안아줘..."

"나 선생님들 눈치 보면서 생기부도 마지막까지 신경쓰느라 너무 힘들었어."


늘 센 척만 하던 딸아이는 그렇게 내 품에 안겨 오랫동안 엉 엉 울고 있었다.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

엄마는 항상 공부에 관해서만큼은 늘 나더러 알아서 하라고 했었다.


“공부는 네가 알아서 해, 엄마는 신경 안 쓰니까”

언제나 따뜻한 엄마였지만 학업과 성적 앞에서는 언제나 나는 혼자여야만 했다.


밤늦게 책상에 앉아 있으면, 엄마는 늘 같은 말을 했다.


“아직 안 자니? 그만 좀 자. 지금 몇 시인데...”


나는 그 말에 늘 짜증을 냈었고 서운한 기분마저 들었었다.
그 시절 정작 가장 힘든 순간엔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 쓸쓸함은 오래도록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고 엄마가 공부에도 신경 써주던 주변 친구들이 늘 부러웠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었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만큼은 공부 앞에서 혼자가 되게 하지 않겠다고.
어떤 순간에도 곁에 서 주겠다고.



그런데 딸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야 알게 았다.
그 약속도 온전히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퇴근길 지친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아이 앞에 앉아 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결국 엄마의 그림자를 닮아 있었다.
다르게 살고 싶었는데, 어느새 비슷한 자리에 서 있었다.


그래도 오늘만은 달랐다.
나는 딸의 울음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 울음을 내 품에 안아주었다.


그 순간, 오래전 나의 울음까지 함께 다독여지는 것 같았다.







울음은 실패의 언어가 아니었다.
간절함이 흘러나오는 또 다른 숨이었다.

나는 딸의 등을 토닥이며 속으로 말했다.


“괜찮아. 네 삶은 원서 한 장으로 결정되지 않아.
너도 애쓰며 여기까지 온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



아마 이 가을 문턱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같은 울음을 품에 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품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살려내는 또 하나의 숨일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더 큰 품이 된다.
마음이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숨이 된다.






오늘의 숨은,
내가 받지 못했던 품을 내어주는 용기였다.


그 품 안에서 나는 다시 엄마를 이해했고,
딸아이와 나, 그리고 엄마까지 이어진 숨을 느꼈다.




"딸을 안으며 알았다.
그 품 속에, 나와 엄마도 함께 있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그때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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