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게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곳.

by 아니아즈


하늘은 푸르다.


하늘에는 태양이 있다.

하늘에는 달이 있다.

하늘에는 별이 있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서 지웠을까.

하늘을 언제부터 올려다보지 않게 되었을까.


정확한 그 순간을 유추할 수 있는 물증인 기억은, 내 안에서 이미 흩어져버렸다.

하지만 심증은 흐릿하게나마 자취가 남아있다.

어쩌면 그 순간은, 어른이 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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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뜬금없이 하늘을 올려다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늘로부터 물줄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하늘로부터 새똥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손을 아무리 휘적여 보아도, 짐작 가는 바가 한 줌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굳이 내 행동에 이유를 덧붙이자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단순 그런 마음이 강렬하게 물밀듯이 밀려 들어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노란 점 하나가 보였다.

별이었다.

이런 쿰쿰한 하늘에서 별을 본다는 게 얼마만의 일일까.


도시의 네온사인이 뿜어내는 빛과, 공장에서 토해내는 연기.

하늘의 별은 그들 사이에 가려져 길을 잃었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해 왔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아낸 지금까지는.


의구심이 내 안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진정으로 별을 미아로 만든 것은, 네온사인과 공장의 연기였을까.

과연 그들이 별을 숨긴 것이 맞을까.


애초에, 내가 별을 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하늘에 별이 있다는 사실조차 내 안에서 지워냈을까.


바뀐 것은,

세상 속의 나인가.

내 속의 세상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졌다. 의문이 늘어질수록 나는 내 안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어갔다.

그 끝에서 낡고 닳은 무언가를 마음 한편에서 건졌다.

하늘의 별을 통해, 나는 망각하고 있었던 내 세상을 잠시나마 복원시켰다.

잊힌 세상 속의 나와, 잊어버린 내 속의 세상을.




유년기 시절, 나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몇 밤을 자고 일어나면, 어른이 될까, 두근거리는 마음에 잠을 설치는 날이 다분했다.

그럴 때면, 부모님은 늦게 자면 어른이 되는 게 늦어진단다, 라며 조곤 하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셨다.

나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서둘러 두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하였다.

그것이 내 하루 일과의 마침표였다.


그런 풋풋한 밤이 쌓여가며, 나는 무르익어갔다. 그런 밤들이 하나둘 쌓인 끝에, 나는 어른이 되었다.

시간이 나의 꿈을, 어른이 되고 싶다는 그 꿈을 이루어주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꿈을 꾼다.

아이가 되고 싶다.

꿈속의 나와, 현실의 나는 사뭇 다른 존재였으니.


내 안에서 내가 만들어 온 어른의 모습은 한 단어로, '자유'였다.

내가 담고 싶은 세상을, 내가 원하는 대로 담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유년기의 내가 그려왔던 어른이 되는 방법은,

자신 안에 세상을 담고 또 담고, 꾹꾹 눌러 담아야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년기 시절의 내가 '나의 꿈'이라는 제목의 글을 쓸 때, 첫 문장부터 시작을 잘못 끊었을지도 모른다.


어른은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버리는 과정은, 자신이 쌓아왔던 세상을 게워내고 또 게워내는 일이었다.

내 안에 쌓아왔던 것을 게워내는 과정 속에서, 나는 어른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하늘을 보는 일.

하늘에서 별을 찾는 일.

별들 사이에서 내가 사랑하는 단 하나의 별을 찾는 일.


하나하나 망각하고, 지워버리고, 포기하다 보니,

그 끝에 어른이 되어 있었다.


현실의 별을 땅에서 만든 네온사인과 미세먼지들이 가렸다면,

내 안의 별은 쿰쿰한 나의 마음이 가려버렸다.

지키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편하다. 그런 나의 쿰쿰한 마음이, 내게 하늘의 별을 망각하게 했다.

내 행동을 자기합리화했다.

결국, 내 안에서 별들은 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쿰쿰한 내 마음에 가려졌던 별이, 하늘에 떠올랐다.


어른이 된 지금,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응시한다.

길가에 서서 잠시 달과 별에게 마음을 내주었다.


달과 별에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곳.

그런 곳이 어딘가에 있을까.

.

.

.

.

적어도 내가 있는 이곳은 아니다. 그 사실이 조금은 슬펐다.

슬픔을 게워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재촉하는 발걸음을 한걸음 새길 때마다, 내 안에도 한 사실을 새긴다.

별은 어디에나, 어느 순간에나 그 자리에 있음을.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리고 있음을.


내가 잃어버렸던 하나를 다시 되찾은 하루였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내가 게워냈던 부분을 하나둘 채워가면,

내가 가고 싶었지만 이룰 수 없었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 내가 원하던 어른이 되는 길을.

내 안에서 길을 잃은 별들이 방황하지 않는 길을.

그리고 마지막엔, '나'를 복원하는 길을.


별에게 마음을 빼앗길 수 있는 곳. 그곳을 복원하는 일. 앞으로의 꿈은, 그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언젠가 내게 떳떳할 수 있는 그 순간에, 별을 내 두 눈에 제대로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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