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대하여.
가위바위보에 필승 전략이 있다. 내가 애용해 오던 방법이지만, 비싼 정보를 여기서 풀도록 하겠다.
엄지와 검지만 피는 가위 같은 흔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필승 전략이다.
일단 주먹을 쥔다. 상대와 가위, 바위, 보라는 소리를 외치는 순간, 엄지, 중지, 검지를 펴야 한다.
그러면 상대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네가 낸 게 무엇이냐고. 가위도 아니고 보자기도 아닌 그건 무엇이냐고, 그때 당당하게 외치면 된다.
"빵."
그리고 우기면 된다. 이건 말이야. 총이라는 거야.
총은 가위도 바위도 주먹도 다 이겨. 무적의 필승 전략이었다.
이런 필승의 도구를 난 실제로 내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군대에서였다.
지금까지도 난 그 감각이 흐릿하다.
분명 강렬했던 기분은 있으나, 잔재로 남아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총을 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 손에 들린 총의 무게감은 느껴졌지만, 막상 총을 쏠 때는 정신이 없었다.
나는 내가 정말 총을 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격 자세 신경 쓰랴, 표적을 보고 표적에 정확하게 내 총알을 맞추랴.
옆에서 잔소리하는 간부 소리 들으랴.
막상 기억나는 건, 내가 손가락을 놀리면, 어깨가 잠시 흔들리고,
내가 본 상대는 픽 하고 쓰러진다는 사실이었다.
싸움에서도 총은 필승 전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총을 든 주인공이 무장 강도, 테러리스트 혹은 좀비와 같은 존재들을 순식간에 작은 소리 하나 뱉어낼 수 없도록 만든다.
간혹 악당만 총을 들었고 주인공은 총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제압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튜브에 총을 든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 나온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게다가, 흔히 총을 든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라고 나오는 영상들은, 상대가 손에 닿을 거리에 있을 경우이다. 손이 닿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똑같이 총을 써서 제압한다.
총을 든 상대도 바보는 아니다. 상대가 10미터 밖에서만 쏴도 영상을 올린 사람은, 더는 말이 없어질 것이다.
손가락 하나면, 사람 한 명이 죽는다.
전쟁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잔인해질 수 있는 건 총이라는 존재도 한 건 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첫 전쟁에 나간 사람이 몽둥이나 칼, 창 등을 사용하여 상대를 처음 찌른 그 이상한 감각에 두 번째를 준비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상한 감각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온 힘을 들여 상대와 몸싸움하고 밀어내고,
상대를 찔렀던 무기를 다시 회수하는 일련의 동작이 필요 없다.
상대를 내 눈에 담는다. 손가락을 움직인다. 상대는 죽는다.
상대의 눈을 피해서 숨는다. 상대방보다 먼저 손가락을 누른다. 상대는 죽는다.
누군가는 총을 들었지만 쏘지 않는다.
누군가는 총을 들었지만 망설임에 주저한다.
누군가는 총을 들었기에 망설임이 없다.
누군가는 총도 들지 않았지만, 모두를 쏘아 죽인다.
총을 쏘게 한 사람의 잘못일까. 총을 쥐여준 사람의 잘못일까. 총을 쏜 사람의 잘못일까.
나는 총을 쥐여준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총은 우리에게서 현실감을 빼앗는 존재이다.
총을 든 순간, 생명의 무게감과 현실감은 한층 낮아진다.
시야에 있는 것을 보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죽는다.
항상 총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현실에 이 총이라는 존재만 없었다면, 많은 게 바뀌지 않았을까.
만약 다중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는 우리가 사는 현 우주가 아닌,
또 다른 우주의 현실에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손가락 까딱거림에 쓰러지지 않았길 바란다.
앞으로 세상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길 바란다.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총소리는 곧 사람의 비명소리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총이 사용된 순간 누구도 이길 수 없는, 필패의 전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