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을 사람이라 착각하는 좀비

by 아니아즈


늦은 새벽, 잠들지 못하고 좀비처럼 생각 없이 유튜브 쇼츠를 다음으로 넘긴다.

잊을만하면 한 존재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내게 인사를 한다.

현재 사람들 사이에서 민감한 주제로서 다뤄지고 있는 내용을 담은 쇼츠이다.

내 유튜브 쇼츠가 온통 감염되었다. 며칠 전부터 이 내용의 쇼츠가 시도 때도 없이 보인다.

영상에서만이 아니다. 온 세상이 이 내용을 얘기한다.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면 보이는 전광판에서, 엘리베이터의 광고판에서, 핸드폰 SNS에서마저.


사람들은 이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궁금증 탓에,

영상에 적혀있는 댓글들을 확인해 본다.

스크롤을 내리며 훑어본 결과, 대부분이 현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도 예외는 존재한다. 무조건적인 긍정은 아닐지라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는 댓글도 몇몇 보인다. 그리고 그런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 댓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대상을 헐뜯는다.

그들의 견해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보이며, 심한 경우 인신공격까지 보인다.


마치 그 모습이, 좀비가 사람을 발견하고 물어뜯는 모습 같다.

영화의 좀비들은 사람을 발견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들을 물어뜯는다.

사람들이 자신처럼 좀비가 될 때까지 물어뜯고, 결국 그들을 감염시킨다.

감염된 그들은 똑같이 길을 배회하며 사람을 찾는다.

그들을 감염시키기 위해. 그런 좀비와 댓글의 상황이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영상의 댓글도 확인한다. 그곳도 상황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옹호하는 댓글에는 수십 개의 답글들이 보인다. 어김없이 그들은 좀비처럼 물어뜯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생각으로 바뀔 때까지 그들은 거침없이 물어뜯었다.

화면 안이었지만 피 튀기는 상황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의 입장에 대해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부정하자는 얘기인가. 그 또한 정답은 아니다.

단지, 의구심이 들었을 뿐이다.

왜 온 세상이 그에 대해 얘기하고, 왜 그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가.


사회의 상황에 대한 내 생각이, 과연 내 생각이 맞을까.

다른 이에게 감염된 생각을, 내 생각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치 우리는 이미 감염되어 좀비인 상태인데, 본인이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는 좀비처럼.

그리고 나 또한 좀비인 상태이지만,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인터넷의 발달과 알고리즘의 발달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이전보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원하는 하나의 정보를 찾기 위해 관련 서적 수십 권을 찾아보아야 했지만,

현재는 인터넷에 원하는 정보에 대해 검색만 하면 관련 정보가 수십 개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 부른다.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대로 낚을 수도 있지만,

이 정보의 바다는 사람을 파도로 휩쓸어 익사시켜버리기도 한다.


정보의 바다의 등장으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이나 정보들 사이에 가짜 정보가 성행하게 되었다.

이런 가짜 정보들은 사람들의 선동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정보의 바다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가짜 정보들은 알고리즘이라는 파도를 타고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알고리즘의 발달에도 기여했다.

그리고 이 SNS의 알고리즘은 과거 검색하거나 찾아보았던 게시물에 기반하여, 새로운 게시물을 보여준다.

어떠한 내용과 관련된 영상을 보았다면,

알고리즘은 그것을 인식하고 그와 관련된 새로운 게시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어떤 입장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을 보게 된다면,

높은 확률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영상을 알고리즘은 추천해준다.

한 개, 두 개,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추천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감염된다. 계속 같은 영상을 보게 되고, 계속 같은 반응을 보게 된다.

그 영상들의 내용과 그 영상의 댓글이 보여주는 상황을 믿게 되고, 그것을 자기의 생각으로 받아들인다.

인터넷의 발달로 가짜 정보가 성행하고, 가짜 정보는 알고리즘을 타고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그 가짜 정보에 감염되어 그 가짜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진실이라 믿는 좀비 바이러스를 다른 이들에게 감염시킨다.


이런 굴레가 반복되고, 그 끝에는 최초의 감염자는 누구인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가.

그에 대해서는, 이미 감염된 사람의 수는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아무도 모르게 된다.

진짜 좀비들은, 본인이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좀비들 사이에 꽁꽁 몸을 숨겨버린다.

그들 사이에 숨어서 더 많은 사람을 물어 가짜 정보에 빠지도록 만든다.

우리가 좀비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작은 행동이면 된다.


의심.


내 생각이, 정말 내 생각이 맞는지. 누군가의 생각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그런 의심하는 행동, 단 하나.

그것이 다른 이들의 생각에 감염되지 않고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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