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나눈 잡다한 대화 모음집

by 아니아즈




친구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로 내게 물었다.

"넌 도덕이 뭐라 생각하냐."

나는 턱을 한번 쓱 어루만지고 말했다.



도덕은 법전 속의 법이 아닌,

마음속의 법이다.


마음이란 것은 변덕쟁이기에,

마음속의 법도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

마음속의 법은 집필한 사람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고쳐버리곤 한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모두 다르기에,

모두의 법이 다르다.


누군가 상대에게 자신의 법을 들이밀어도,

그 상대는 치외법권을 외치며 자기 눈앞의 법을 무시한다.

그것을 응징할 방법은 법전 속의 법에 없기에,

응징할 수 없다.



- 새치기하는 사람을 보며 나눈 대화-





친구가 의구심이 담긴 어투로 내게 물었다.


"너는 저번에는 '과거는 중요하다. 뒤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라는 글을 쓰더니,

이번엔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마라.'라는 글을 썼냐.

철학이란 게 그렇게 바뀌어도 되는 건가?"


나는 흠 소리와 함께 고민하며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사람이 서로 다르듯이, 사람마다 필요한 건 다르다.

사람마다 하는 질문이 다르다.

사람마다 원하는 답 또한 다르다.


철학은 그 수많은 답 중,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다.

철학에 정해진 답은 없다.

모두가 옳은 답이다.


자신이 고른 답을 토대로, 자신이란 사람을 짓는다.

하나의 철학만을 자신의 답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건물을 지을 때, 바닥이 사각형이라고 지붕도 사각형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바닥이 사각형이어도 꼭대기는 원일 수도 있다.

여러 답들 중 자신의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 답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바뀌어야 한다.


낙후된 건물은 나비의 날갯짓에도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법이다.

언제든, 보수공사를 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자신과 다른 철학을 가졌다고, 그 사람을 매도해선 안된다.


형태가 다르다고, 건물이 아닌 것이 아니니.

바닥이 네모든, 원이든, 세모든, 결국 모두 건물이다.

나와는 다른 형태의 건물인 것뿐이다.



-내 공책에 쌓아둔 글들을 읽던 친구와 나눈 대화-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나를 보며 친구가 말했다.

"최근에 완전히 끝났다고 했지? 이번 기회에 내 추천받아볼래?"

나는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뱉고 말을 이어갔다.



행복은 모두 다른 형태이다.

한 번 잃은 행복은 절대 다시 찾을 수 없다.


행복을 잃으면, 그 잃어버린 행복의 자리를,

다른 형태의 행복으로 메꿀 뿐이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행복으로 메꾼다고 해도,

결국 그 자리에는 빈틈이 생긴다.

그 빈틈은 시도 때도 없이 괴로움을 안겨준다.

시간이 모든 것을 망각시켜 주기 전까진.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가 완결되고 친구와 나눈 대화-





친구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진짜 너무 슬픈데 어떡하냐."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슬픔은 흘려보내는 것이다.

눈물이 흘러내려 사라지는 것처럼.


물은 고이면 썩고 만다.

슬픔도 고이면 썩고 만다.


그러니 그만 울어라.



-친구와 영화를 본 후, 영화의 결말에 눈물 흘리는 친구와 나눈 대화-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다.

"하. 오늘 하루 너무 불행하다."

나는 핸드폰 자판을 만지작거리며 고심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오늘 하루가 안 좋았다면,

내일은 오늘보다는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좋은 날이지 않을까.

오늘이 있기에, 내일은 좀 더 좋은 하루가 될 테니깐.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와 나눈 대화-






친구가 소주잔을 들이켜고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진짜 죽고 싶다."

나도 친구를 따라 소주 한 잔을 목구멍 너머로 들이키고 말했다.



삶이 있기에 절망이 있고,

삶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


그리고.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지금 순간의 절망 탓에,

희망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갑작스레 연락이 와 만난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




친구가 손바닥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재밌었다. 잘 가라."

술기운에 비틀거리는 친구의 모습에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나는, '잘 가'라는 말보다는 '다음에 또 만나'라는 말이 좋다.


'잘 가'라는 끝맺음이 아니라, '다음에 또 만나'라는 약속을 하고 싶다.

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다시 찾아 올 시작을 말한며.

아쉬움이 아닌, 다음 순간에 대한 기대로 헤어졌으면 한다.



그 말을 하고 나는 말했다.

"다음에 또 봐."



-친구와 헤어지며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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