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잔인하고, 또 잔혹하다.
그 사실을, 나는 13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강렬하게 알게 되었다.
사람의 잔혹성인, 폭력에 대해.
13살 때 내 반에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다른 학생보다 덩치가 컸다.
그는 평소에도 언행이 거친 면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다.
한 친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전까진.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둘은 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체격이 다른 사람에 비해 컸던 그 친구가 상대를 크게 다치게 하였다.
싸움을 한 상대는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그때부터 반은 섬뜩한 공포가 지배했다.
폭력의 공포였다.
싸움에서 이긴 이후로, 그 친구는 행동이 더욱 거칠어졌다.
자신의 힘에 대한 호전감이 생겼다. 그리고 '폭력'에 눈을 뜨고 말았다.
자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너도 내 주먹 맛볼래?" 그런 협박을 일삼으며, 주먹 쥔 손을 휘두르는 시늉이 일상이 되었다.
그가 한 번 주먹을 휘두르고 난 뒤로, 교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눈치를 보는 숨소리만 남았다.
그의 행태를 참지 못하고,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선생님은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도리어, 그는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한 학생의 명치를 때렸다.
명치를 맞은 학생은 자신의 명치를 부여잡고 컥컥거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쓰러진 학생이 고통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반의 모두가 얼어붙은 채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를 쓰러뜨린 당사자가 쓰러진 학생을 내려다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에도 선생님한테 말하면 알지?" 그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주먹을 보여주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그 친구의 덩치와 위협에 두려움을 떨며 별다른 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
나 또한 위협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입이 바싹 마르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상황 속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바닥에 두었다.
나는 직접 맞은 적은 없었지만, 그 순간 알았다. 폭력은 눈앞의 주먹만이 아니라는 것을.
폭력이라는 공포감에서 오는 위압감.
그 또한 폭력의 한 일면이었다.
그리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았다.
"쟤 거슬리지 않아?"
그 말을 한 것은, 우리 학교의 우두머리였다.
소위 각 반에서 싸움 잘하는 학생끼리 모여 이룬 서클의 우두머리기도 했다.
평소에 서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던 사람이 갑작스레 말을 걸어와서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당혹감을 추스르고, 내게 던져진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덩치가 큰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모습을 떠올랐다.
나는 그 광경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심박수가 올라갔다.
그 모습을 상상하고, 눈앞의 우두머리의 표정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나를 보며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 감춰진 서슬 퍼런 강요가 나를 엄습했다.
어쩌면, 내게는 그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선택할 권리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답은 정해져 있었고, 나는 대답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우두머리를 향해 어깨를 움츠린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위협하는 행동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속에 얼음이 스며든 듯 차가워졌다.
그 질문 뒤에 무엇이 따라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숨죽이며, 그의 다음 행동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역시 그렇지?" 그는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 웃음의 의미를 당시에 나는 알 수 없었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는 내게 이별의 인사 없이 그대로 사라졌다.
그가 떠나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고 답하였다.
어째서 그런 말을 물었는지, 당시의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그 질문의 의의는 다음 주 월요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살얼음장 같은 교실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아침부터 기분이 암울했다.
하지만 등교를 하고 1교시가 끝이 났지만, 언행이 거칠었던 친구의 의자는 여전히 빈자리였다.
무슨 일이 있나. 잠깐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가 없는 이 평온함이 맘에 들었다.
이내 나는 걱정하던 생각을 금방 지웠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 한 소문이 흘렀다.
각 반의 우두머리가 모여서 한 학생에게 린치를 가했다는 이야기였다.
한 명을 원으로 둘러싸고, 수십 명의 학생들이 폭력을 가했다.
그 섬뜩한 소문을 듣자마자, 나는 지금 내 눈앞에 비어있는 한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빈 의자를 바라본 순간, 내 안의 평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변모했다.
학교 전체에 소문이 돌았지만, 그에 대해 학교의 우두머리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에 함축된 의미가 더욱 두려웠다.
선생님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알면서도 묵인했을까.
우리 반은 그 친구가 등교를 하지 않게 되며, 얼핏 보기에는 평화를 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날 위협하던 주먹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먹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
눈앞에 보이는 폭력은 사라졌지만,
언제라도 폭력이 내게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우두머리의 폭력이 언제든 우리를 향해 쏘아질 수 있으니.
폭력은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 반의 학생들은, 1년을 꾸며진 평화 속에서 바들바들 떨며 졸업까지 버텼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인 중학교에 입학하고, 우연히 또 다른 소문을 들었다.
등교를 안 하던 그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자퇴를 했다는 소문이었다.
그 이후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른다.
13살에 만난 폭력은, 모두에게 많은 것들을 남겼고, 모두에게 상처로 남았다.
나는 여전히 그날의 빈 의자를 기억한다.
폭력은 사라진 적이 없었다. 다만 얼굴을 바꾸어 내 곁에 앉아 있었다. 빈 의자처럼.
나는 그날, 빈 의자가 남긴 진실을 잊을 수 없다.
폭력은 문제를 잠재우는 듯 보이지만, 결국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그 안에서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다.
남는 것은 상처와 두려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