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죽 한 그릇
“정아. 단팥죽 한 그릇 먹으면 참 좋겠다.”
의사의 금식 처방이 내려지기 전, 엄마는 눈앞의 음식을 참지 못했다. 계속 토하면서도 작은 과일 한 조각이라도 더 달라며 떼를 쓰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번엔 소화가 될 수도 있지, 이렇게 작은 건데 뭐.’ 결국 나는 엄마 입에 넣어드렸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구토. “미안해, 엄마. 좀 더 말렸어야 했는데. 엄마가 더 힘들어졌잖아. 미안해.”
잘 드시던 엄마가 갑자기 입맛이 없다고 하셨고, 급기야 금식 처방까지 받게 되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금식 전, 엄마는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드셨다. 의식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음식을 찾으셨다. 밥을 드시고 나면 과일을, 과자를 입에 물고 계셨다. “이번 주 간식이야.” 하며 사다 놓은 간식은 다음 날이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손님 왔었어? 그 많던 과자 다 어디 갔어?” 침대 위엔 과자 부스러기가 가득했고, 잠들 때까지 손에 꼭 쥐고 계셨다고 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좋았다. 이렇게 잘 드시면 금방 퇴원하시겠지 싶었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마다 두 손 가득 음식을 들고 갔다. 원래 병세가 나빠지면 입맛부터 없어진다는데, 엄마는 달랐다. 그래서 기대할 수 있었다. 엄마의 퇴원을.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엄마는 계속 식욕이 없다고 하셨다. 토하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식사는 죽으로 바뀌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죽은 정말 싫다고 하셨고, 나는 최대한 맛있는 죽을 사다 드렸다. 어제는 호박죽, 오늘은 전복죽. 자주 가던 죽 집에서 엄마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아침마다 골랐다.
정신이 들 때면 “오늘은 못 먹어. 자꾸 토해서. 목이 너무 아파.” 하시다가도, 음식이 눈앞에 놓이면 식욕을 참지 못하고 또 드셨다. 그렇게라도 드시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힘든 항암 치료를 견디고, 퇴원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날은 단팥죽이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던 음식. “정아, 단팥죽 한 그릇 먹으면 참 좋겠다.”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엄마, 드시고 싶다던 단팥죽 사왔어.” 하며 병원 문을 열었다. 정신이 없던 엄마는 “나 단팥죽 안 좋아하는데?” 하시더니, 말과는 다르게 죽을 보자마자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다. 정확히 말하면, 한 그릇을 반으로 나눠 담은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반 그릇의 죽을 드셨고, 그날 밤까지 구토를 하셔야 했다.
그 단팥죽은 엄마가 드신 마지막 음식이 되었다. 죽에 든 옹심이가 맛있다며 정말 맛있게 드셨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엄마는 알고 계셨을까, 그 마지막 식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