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에 달이 뜨면

16화

by 서윤

16화


경자언니 하고 미자가 담배를 만든다고 커피가루를 믹스커피에서 분리하고 있을 때 봉자는 잠잘 때 담요 밑에 깔기 위한 신문지에 풀칠을 하고 있었다.

읽는 것도 지루하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봉자랑 같이 신문지에 풀칠을 하는데 그 단순노동이 잡념을 몰아내 주고 있었다.


" 봉자야 넌 무슨 여자가 폭행을 어떻게 했는데 감옥까지 온 거야 ? "


봉자가 피식 웃는다.


" 언니 내가 밖에 살 때 식당에서 일을 했거든요 설거지하고 써빙하고 그런 거요 그런데 주인이 자꾸 월급을 밀려서 주고 어떤 때는 힘들다면서 반만 주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도 그냥 참고 일을 했거든요 "


" 그래서 월급은 다 받았어 ? "


" 아니요 그러니까 그게요 어느 날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온 거예요 저는 무슨 일인가 경찰들이 왜 갑자기 왔지 하면서 카운터 쪽으로 갔는데

그중에 경찰 한 명이 신봉자 씨가 누구십니까 하더라고요 제가 전데요 하는데 같이 경찰서로 가자는 거예요 "


" 이유가 뭐였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왜 잡아가 "


" 글쎄 제가 가게돈을 계속 훔쳤다고 하면서 공금횡령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정말 훔친 적 없거든요 그런데 진짜 제 가방에 돈이 들어있었어요 그 식당은 카메라가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도둑년이 된 거죠 "


" 어머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 ? 그럼 주인이 월급 안 주려고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네 "


봉자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인이 월급을 안 주려고 누명을 씌운 게 아닐까 싶었다.


" 네 언니 맞아요 그래서 저는 월급 밀린 거 안 받기로 하고 또 100만 원을 더 갚는 거로 하고 풀려났어요 "


" 그런데 왜 폭행으로 온 거야 "


" 그게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도둑질했다고 소문이 났으니까 일할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식당에 가서 왜 그랬느냐고 따졌죠 그랬더니 그 주인여자가 또 경찰에 신고한다고 그러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부수고 물건들을 집어던졌는데 거기 손님하고 주인여자가 조금 아주 조금 다쳤어요 "


" 왜 그랬어 그냥 참지 "


" 경찰이 왔고 무슨 특수폭행에 보복성 폭행이라고 하대요 그런데 한참 전에 제가 또 다른 일로 폭행을 했었는데 그때 벌금형을 받았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특수폭행이라 2년 받은 거예요 제가 화가 나면 그걸 잘 못 참나 봐요 "


" 봉자는 가족이 없어 ? 면회 오는 사람이나 영치금 보내주는 사람이 없는 거야 ? "


" 그게 남편이랑 이혼하고 남편이 딸을 기르는데 저랑 못 만나게 하고 엄마가 계시는데요 여기 있는지 몰라요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요 "


" 그러면 여기서 돈도 필요하던데 어떻게 견딜라고 그래 "


" 방 사람들이 필요한 거 조금씩 사주고 공장에서 일하려고 신청할 거예요 "


" 그랬구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물품 구입날 사줄게 많이는 아니어도 "


" 네 언니 말만도 고마워요 "


씨익 웃는 봉자는 참 순수해 보였는데 세상은 순수한 사람이 쉽게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졌다.

가진 자의 횡포는 구석구석 숨어서 없는 자에게 생채기를 내키고 끝내 지옥으로 몰아넣는다는 생각에 울컥 화가 치밀어왔다.


일을 시켰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맞는 것인데 그걸 주기 싫어서 결국 이 어두운 곳까지 오게 만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에 대해 다시금 염증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봉자의 이야기를 듣는데 커피담배를 다 피운 미자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뽕끼가 남아있는 미자는 가끔씩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고 쇠창살 너머를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춤을 추기도 했는데 듣기로는 뽕쟁이들 치고는 미자는 양호한 편이라고 했다.


미자는 얼굴도 예쁘고 젊은데 도대체 왜 마약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언가 마음이 개운하지 않고 명치에 돌이 걸린 것처럼 이야기 끝에 꼭 안타까움이 남는 게 싫어서 차츰 먼저 묻는 걸 안 하게 되었다.


" 미자야 노래 그만 부르고 우리 운동하자 너 여기 와서 살 엄청 쪘어 "


경자언니는 미자의 노래가 시끄러웠던 건지 진짜 운동이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담요를 켜켜이 쌓아놓고 그 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마약을 하는 사람 중에 약 후유증으로 갑자기 살이 확 찌기도 하고 반대로 말라가기도 한다고 미자에게 들었던 것 같다.

진짜로 미자는 자고 나면 조금씩 살이 찌고 있었다.


감옥에서 운동시간 말고는 움직일 일이 없으니까 소화도 잘 안되고 계속 앉아 있다 보니 변비가 생기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하루 종일 설사를 하기도 한다.

방 식구들 대부분 진료 때 변비 약하고 소화제 처방을 받아서 먹었다.


경자언니와 미자를 따라서 나도 제자리걸음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있을 때

보안과장 순찰이라는 방송이 사동을 울려댔다.


[ 3.4동 전체 청소실시 보안과장님 순찰 있습니다. ]


여자교도소는 까마귀 하고 교도소장 보안과장 말고는 교도관이 여자라서 보안과장이 순찰 온다고 하니까

선자하고 미자가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 남자가 온대 남자를 보는 게 얼마만이야 "


" 그러니까 보안과장이 잘 생겼어야 하는데 언니는 본 적 있어 ? "


" 한 번도 못 봤지 그냥 남자냄새 맡는 게 얼마만이냐 아싸 야 청소하자 "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감방에 갇혀서 남자타령을 한다는 게 웃기고 재소자가 보안과장을 단순히 남자라는 이유로 좋아라 하는 풍경이 웃기고 슬펐다.


보안과장이 순찰을 시작했는지 방마다 번호시작 번호 끝의 구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우리 방도 점검시간 때처럼 두 줄로 앉아서 정자세를 하고 있었다.


" 번호시작 하나 둘 셋 ᆢᆢ아홉 번호 끝 "


무사히 번호 끝을 했고, 그때 보안과장이 우리 방을 창문으로 들여다보면서


" 생활하시는데 불편한 건 없나요 ? " 한다.


그때 미자가 반찬이 너무 맛이 없어요 했고

선자가 방이 추워요 했는데 엄청난 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보안과장의 말이 기가 막힌 명답이었다.


" 여러분은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닙니다 죄를 뉘우치고 새 삶을 살아갈 마음으로 지내셔야 합니다 "


교도관들은 뒤에 서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굳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나는 보안과장의 말이 옳으면서도 한편으론 과연 나가서 새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과연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무엇을 어떻게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생각하니 가슴이 콱 메여왔다.

그때 보안과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 음 뒷줄 그러니까 번호가 "


" 779번입니다 " 라고 교도관이 대답하고


나는 멍하니 보안과장을 보는데


" 그래 779번 지낼만합니까 " 한다.


" 네 괜찮습니다 " 라고 대답을 했다.


" 이런 곳에 올 것 같이 안 보이는데 어쩌다가 " 하길래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웃어버렸다.


" 779번은 단기라서 곧 출소합니다 "

교도관이 설명을 했고


" 그래 그래 출소하면 다시는 오지 않는 걸로 합시다 있는 동안 잘 지내시고 "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대답을 하면서도 왜 하필 나야 당황스럽게라고 생각했다.

보안과장 순찰이 끝나고 주임교도관이 다시 우리 방 앞에 왔다.


" 779번 보안과장님 면담입니다 나오세요 " 한다.


어리둥절하고 무슨 일인가 뭐 잘못했나 싶어서 교도관을 따라서 사무실로 갔는데 보안과장이 커피를 주면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 음 779번은 사기로 들어왔네요 "


내 서류를 펼쳐보면서 묻길래


" 네 " 라고 짧게 대답했다.


" 뭐야 공소금액이 이건대 징역 6월이라 조금 억울하겠는데 왜 대법원 안 갔어요? "


" 그냥 상고심 해봐야 고소인이 합의할 마음도 없어 보였고, 남은 기간 살다가는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


" 어 그래요 그게 나을 수도 있다 음 그래도 아쉽긴 하겠는데요 미필적고의 사기라 안타까운 사건이네요 "


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또 목울대를 눈물이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779번 교도소 생활도 아주 모범적이네요 점수가 좋아 좋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생활하고 불편사항 있으면 언제든 교도관한테 의견제출 해요 "


" 네 감사합니다 "


보안과장 면담을 마치고 방에 왔더니 방 식구들은 호기심과 궁금함 무슨 일이냐 하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짧게 면담한 걸 이야기해 줬더니 선자가

하는 말이


" 언니 지금은 그런 일 없는데 옛날엔 보안과장이 재소자들 면담한답시고 불러내서 성추행도 하고 그랬대 언니도 조심해 " 한다.


난 순간 웃음이 나서


" 전혀 아니거든 그냥 내 판결문 보고 몇 마디 한 게 전부야 무슨 성추행 "


다들 조심하라고 한 마디씩 하고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사실 속마음은 보안과장이 왜 하필 그 많은 사동 재소자들 중에서 나를 면담했을까 의아하긴 했다.

보안과장은 생각보다 권위적이지 않았고, 부드러운 인상에 말도 예의를 갖춰서 하는 편이라 거부감은 없었는데 왜 굳이 나였을까

이런곳에 올 사람 같지 않다고 ~~

뭐 이런데 오는 사람은 얼굴에 쓰여있나

괜히 마음이 심란해지고 울적해졌다.


밖에서 같으면 지인이라도 붙잡고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가 생각을 말하기라도 할텐데, 이곳에서 누구랑 무슨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이 있겠나 싶어서 괜히 감옥이겠나 서글픔이 밀려오고

저 밤하늘의 달이나 붙들고 얘길 나눠야 하나

그 날 밤은 뒤척뒤척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 17화에서 계속 )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