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18화
그 무렵 사회에선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었으며,
이 ㅇㅇ의원은 구속되어 내란음모죄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자신의 운명을 모르는 대통령은 다 처넣으라 하니 교도소는 터져나갈 듯 재소자들로 넘쳐나서 담요가 부족하다고 개인이 이불을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자가 출소하고 얼마 후 또 현자라는 여자가 출소를 위해 대기실로 옮겨갔다.
출소를 앞둔 재소자는 출소 이틀 전 대기실로 옮기는데 대기실 방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도 보고 자유를 준다고 했다.
교도소에 있을 뿐 자유인처럼 이틀을 보내다가 출소를 하는 것이다.
" 나가는 사람은 좋겠다. 나는 아직도 23개월이나 남았는데 "
" 이모 그런 말 하지 마 교도소 시계도 째깍째깍 돌아가잖아 방장언니는 10년도 더 남았을걸 "
" 미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10년 남았는지 1년 남았는지 미스터리를 "
" 아 그거 내가 사무실 면담 갔을 때 방장이모 서류 봤어 교도관 책상에 있던데 "
순간 방 분위기가 꽁꽁 얼어버렸다.
고지식한 방장은 바로 벨을 눌렀고, 면담신청을 했다.
" 방장 참아 뭘 또 면담까지 하려고 해 "
" 이건 참을 일이 아니에요 "
우리는 모두 벙어리가 되어서 미자를 흘겨보는데 미자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뭘 어쩌라는 표정이었다.
방장이 면담을 하고 와서 아무 말이 없으니 썰렁한 방안엔 냉기가 풀풀 올라왔다.
그때 문이 열리고 세 명이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두 명이 나갔는데 세 명이 들어오니 이제 10명이 방을 써야 했다.
그중에 한 명은 미결에서 같이 지내던 여자였다. 이름은 숙자였고 동성연애한다고 소문났던 여자 중 한 명이었다.
반가워해야 하나 모른 체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나를 보고 먼저 아는 체를 했다.
" 779번 여기 있었네 너무 반갑다 잘 부탁해 "
" 네 언니 반가워요 "
두 사람은 다른 지역 구치소에서 형이 확정돼서 여자교도소로 이감을 왔다고 했다.
그중에 한 사람은 살인이었고, 한 사람은 곗돈 사기범이었다.
살인범은 20년형을 받았다는데 의외로 굉장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곗돈 사기범은 치과 (야매) 그 여자처럼 말이 진짜 많았다.
새로 세 명이 들어오고 이삼일 지났을 때
숙자언니가 내 옆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 779번 그거 알아 ? "
" 어떤 거 ? "
" 미결에 그 여자 있었잖아 남편죽이고 왔다는 여자 "
" 아 기억나 그 여자가 왜 "
" 그 여자 자살했어 "
" 뭐 진짜 ? "
" 응 교도관이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갔는데 죽었대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여자 시체를 찾아가는데 글쎄 교도소에 돈을 내고 찾아갔대 "
" 그런 게 어딨어 무슨 시체를 돈 내고 찾아가 "
" 나도 몰라 교도소에서 자살하면 유족이 돈 내고 찾아가야 한다네 "
" 너무 이상하다 진짜 기막히네 "
남편을 죽였다는 여자는 밤에 목을 매 죽었다고 했다.
같은 방에 있을 때 발작하던 모습이 아른거리고 다 죽여버린다고 소리치던 목소리가 떠올라서 섬뜩하기도 했고 무슨 사연이길래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안타깝기도 했다.
더구나 죽은 자를 돈 내고 찾아갔다니 내가 살고 있는 교도소란 곳이 참 무섭다는 걸 다시금 느껴야 했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했던 영자언니는 또 방장한테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는데 내 생각엔 새로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존재감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알아달라고 버둥거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서열에 대한 욕구 그건 밖이나 감옥이나 다를 바 없었고, 사람의 성격도 제각각이고, 반성하라고 가두어놓은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감옥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스스로 타협하면서 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다시는 갇히지 않기 위해 다른 삶을 살기 위한 다짐을 할 뿐 재범들이 넘쳐나는 걸 보면 그 다짐도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영자언니를 보고 있으면 과연 저 사람은 반성을 하고 있나 의문이 들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 같아서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같지는 않다는 걸 느끼게 했다.
" 영자씨 도대체 왜 사사건건 나한테 시비를 거는 거야 ? 원하는 게 있으면 말을 해 "
( 19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