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에 달이 뜨면

20화

by 서윤

20화


출소날이 한 달쯤 남았을 때 교도관 호출이 있어서 사무실로 갔는데 뜻밖에도 그곳에 보안과장이란 남자가 있었다.

어리둥절 멀뚱 거리고 서 있는데


" 편하게 앉으세요 779번 "


" 네 안녕하세요 "


" 기간이 짧기는 한데 교도소 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


" 아닙니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하는 겁니다 "


" 그게 잘하고 계신 겁니다 "


" 다름이 아니라 밖에서 신문사에 근무하셨다 하고 방에서도 식구들하고 독서모임도 한다는데 맞나요 ? "


" 독서모임까지는 아니고 그냥 서로 읽은 책에 대해 감상 정도 나누고 있어요 "


" 출소하시면 어떻게 살아가실 건지 계획을 세운건 있나요 ? "


" 아직은 크게 뭘 하겠다 생각은 안 했습니다. 퇴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프리랜서로 잠깐 했던 강의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물론 강의 자격증을 다시 취득해야 하지만요 "


" 그래서 내가 779번에게 부탁을 드릴까 합니다. "


" 아시다시피 토요일마다 불교행사에 교회행사가 있긴 한데, 그 외에 독서토론회라든가 책 읽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때 779번이 도와주실 수 있을까 해서 불렀어요 말하자면 재능기부 같은 건데 재소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요 "


" 저 그건 제가 재소자고 출소하더라도 전과자로 남을 텐데 그게 가능할까요 ? "


" 그 부분이 저희 교도소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에요 재소자들도 공감이 더 가지 않겠어요 재소자 출신의 독서선생님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덜 할 것 같거든요 "


" 저는 누구를 가르친척도 없고, 강의를 했어도 이런 쪽이 아니라 회사 연수원에서 몇 번 강의를 한 게 전부인데요 "


" 예 교화라는 것도 사실 별거 없습니다. 그냥 재소자들이 출소 후에 다시 재범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새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취지에서 독서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새로 신설하려고 합니다. "


" 아니 밖에 뛰어난 선생님들도 많고, 전문적인 분들이 많은데 왜 저를 "


" 그게 그러니까 보수 없이 봉사를 해달라 부탁하는 거예요

물론 훌륭한 분들을 초빙해서 하면 좋겠지만 공감이라는 부분이 있고 재소자들이 호응을 해줘야 우리의 취지가 더 보람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


" 갑작스러워서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


" 그래요 아직 한 달쯤 더 남았고 천천히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 네 일단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


면담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서도 면담내용으로 머릿속이 엉켜 들고 있었다.

기껏해야 6개월에 기결에서 한 달을 살았고 또 한 달이 남아있는데 무슨 의도로 그런 제안을 했을까 싶고, 세상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재소자 출신인 나에게 그런 일을 맡기려나 싶은 게 이해 갈 듯도 하다가 왜 하필 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하던 안 하던 강제성이야 없는 거지만, 일단 보안과장이 제안한 내용은 재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기 위한 건 맞는데 딱히 마음이 확 가는 것도 아니었다.

출소하면 빠른 시간 안에 이곳의 일을 기억에서 지우겠노라 날마다 주문처럼 최면을 걸고 살았는데 또 다른 고민이 마음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삶이 무엇일까.

오십 년을 살아왔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살았어도 한순간의 안일한 판단은 끝없는 추락을 시키고, 캄캄한 어둠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시간에 봉사를 제안받고 그걸 또 고민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는 곳은 다른 곳도 아닌 감방 안이었다.


출소하면 딱히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이 지옥이 나의 인생을 아주 다른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인가 생각하니 웃음도 났다.

흔히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면 밝은 빛이 기다린다고 하는데, 지금 나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을 뿐이고, 과연 남은 인생에 내가 밝은 빛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씁쓸함이었다.


웃기게도 나는 운동시간에 이 고민을 방장언니와 나누고 있었다.

그 어둠에서 방장언니는 해답을 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21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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