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2
바밤바
작은 새언니가 넷째 언니한테 전화를 한 건지 넷째 언니가 전화를 한 건지 여하튼 넷째 언니가 나를 데리러 왔다.
' 고모 막내고모가 여기서 자꾸 배고프다 하고 씻지도 않아서 애들한테 영향이 있어요 '
' 알았어요 언니 막내는 제가 데려갈게요 '
새언니랑 넷째 언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새언니는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나도 오빠집에 더 있기 싫었다.
넷째 언니 집은 성남시에 있다면서 버스를 두 번 세 번 갈아탔고 넷째 언니 집에 도착했는데 작은오빠 집은 엄청 컸었는데 넷째 언니 집은 무척 작았다.
방 하고 부엌이 붙어 있었고 작은오빠집 보다 훨씬 따듯해서 좋았다.
' 너 진짜로 오빠집에서 안 씻었어 ? '
' 응 거기서는 세수만 했어 새언니가 목욕하라고 했는데 뜨거운 물도 안 끓여줬어 '
' 아이고 촌년 거기는 시골처럼 물을 끓이는 게 아니고 수돗물 틀면 따듯한 물이 나와 '
' 그거 몰랐는데 나는 '
' 다시는 작은 오빠네 가지 마 창피하니까 '
' 응 나도 가기 싫어 작은 새언니는 밥도 쬐끔 주고 국도 이상한 거 주고 빵 먹으라고 했어 나 엄청 구박했어 '
' 그 언니는 서울여자라서 시골사람 하고 틀려서 그래 '
' 응 언니 이제 거기는 다시 안 갈겨 나 작은 새언니 싫어 '
그날 넷째 언니는 부엌에서 나를 박박 씻겨주고 향기 나는 샴푸로 머리도 감겨주었다.
' 언니 나 머리 감겨줄 때 그거 뭐여 거품도 많이 나고 냄새가 무척 좋아 '
' 그거 샴푸라는 건데 비싼 거야 '
' 그거 엄마한테 말해주라 '
' 알았어 얼른 밥 먹고 방학숙제해 일기도 쓰고 '
' 나 일기장 안 갖고 왔는데 그거 나중에 써도 되는겨 '
' 야 일기는 매일 쓰는 거야 언니가 일기장 사 올 거니까 오늘부터 써 '
' 응 알았어 '
언니는 내 공책을 사 온다고 나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안 들어와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밖이 캄캄했을 때 언니가 집에 들어왔다.
' 왜 이렇게 늦게 와 '
' 언니 친구 만나고 오느라 늦었어 이거 먹어 너 주라고 언니 친구가 사줬어 '
' 이게 뭐여 '
' 아이스크림 하드야 바밤바 '
' 겨울에 하드가 있어 ? '
' 여기는 있어 먹어 녹기 전에 '
' 응 '
바밤바 한 입을 먹었는데 너무 달콤하고 부드럽고 고소하고 시원하고 천상의 맛이었다.
언니는 자기 것도 나한테 주면서 다 먹으라고 해서 내가 바밤바 두 개를 다 먹었다.
' 배고프지 밥 해줄게 일기 쓰고 있어 언니가 검사할 거야 '
' 알았어 나 밥 많이 줘 '
' 그래 많이 먹어 너 굶겼다가 아버지한테 나만 혼나니까 실컷 먹어라 '
' 응 내가 아부지한테 언니 쌀 많이 주라고 해줄게 '
' 돈도 많이 주라고 해 '
' 그럴겨 언니집도 큰 집 사주라고 할게 '
' 아이구 저 철딱서니 언제 크냐 '
그날 넷째 언니가 해 준 밥이랑 된장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속으로 집에 가면 넷째 언니는 돈 많이 주고 작은 오빠네는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아버지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째 언니는 예쁜 옷도 사주고 바밤바도 퇴근할 때 꼭 사다 주었다.
언니 집에서도 네 밤을 잤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셨다.
언니는 샴푸를 사서 엄마한테 주면서 막내 머리 감길 때만 쓰라고 했다.
서울은 예쁜 것도 많고 차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집도 많고 사람도 많고 다 좋은데 혼자 나가지도 못하게 해서 싫었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
엄마하고 다시 시골집에 와서 내가 친구들한테 서울자랑을 하고 바밤바 먹은 이야기도 해줬는데 미정이는 거짓말이라면서 내 말을 안 믿었다.
' 야 겨울에 하드가 어딨어 ? '
' 있어 난 우리 언니가 매일매일 사줘서 먹었어 '
' 나는 고모네집에 갔다 왔는데 그런 거 안 먹었거든 '
' 니네 고모는 돈이 없는겨 그래서 안 사준겨 니네 고모네집도 서울이여 ? '
' 아녀 우리 고모네 집은 이천이여 그런데 거기도 도시여 '
' 이천이 서울은 아니니까 하드가 없는겨 '
' 흥 너하고 안 놀겨 거짓말 해서 '
' 나도 너하고 안 놀겨 하드도 못 먹은 게 흥 '
그날 미정이랑 다투고 집에 와서 아버지한테 ' 아부지 나 진짜 하드 먹었는데 미정이가 나 보고 거짓말 쟁이래 미정이하고 안 놀겨 이제 '
아버지는 ' 미정이가 부러워서 그런겨 ' 라고 하셨다.
그 해는 밤만 되면 바밤바가 아른거렸고
나중에 크면 나도 꼭 서울에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서울은 밤에도 엄청 환하고 겨울에도 하드를 먹을 수 있으니까 꼭 서울에 가서 살아야지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서울엔 친구집이 없어서 마실도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해서 심심하니까
친구도 많고 아버지 엄마랑 사는 시골이 훨씬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