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뚝—하고

이유도 맥락도 없이, 그냥 갑자기 시작되었다.

by 단음

[PART 1] 어느 날, 클래식

1. 뚝—하고—하고



2022년은 정말 멈출 틈이 없는 해였다.

하나만 해도 벅찬 일들을 겹겹이 떠안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강도 높은 업무 몇 가지를 동시에 맡았고, 아이들 육아, 산더미 같은 집안일, 끝없는 회의와 상담,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기록들까지—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폭발하듯 쏟아지는 일정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보곤 했다.

“그 많은 걸 다 해내면서, 어떻게 매일 웃고 다녀?”


나도 잘 모르겠다.

눈 밑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체력이 바닥났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때 나를 웃게 해 준 건,

의외로,

정말 의외로—클래식이었다.








딱히 음악을 찾던 시기도 아니었다.

위로가 필요해서 무언가를 들으려던 순간도 아니었다.

단지, 업무상 클래식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두는 날이 종종 있었을 뿐이다.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곡들이 이어졌고,

유튜브도 늘 그런 조용한 영상들만 건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클래식 모음 영상 대신

유난히 한 곡만 단독으로 추천하는 영상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무심히 넘겼다.

그러나 그 영상은 하루 걸러 한 번 정도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시 눈에 띄곤 했다.


며칠이 흐른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

또다시 같은 영상이 눈에 띄었다.


마치 아무 말없이,

조심스럽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왜 이렇게 반복해서 뜨는 걸까.

별다른 기대 없이,

그저 궁금한 마음에 눌러보았다.


그렇게 무심코 열어본 영상 하나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Yunchan Lim 임윤찬 –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

그렇게 내게

새로운 우주가 열릴 줄은 전혀 몰랐다.


클래식은 그렇게

어느 날, 말 그대로

‘뚝’ 하고

내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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