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묘약 01화

<묘약 1>묘약 안내서 + 감자말 육포

집안일을 하면서 일확천금을 얻고 박사학위도 딸 묘책이 필요하신가

by 빵먹는 영철이

들어가며.


이 책은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세상을 뒤집을 묘약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낭만의 변주곡이자 멸망의 교향곡이고 격정의 소나타다. 벼룩의 간을 꺼내 형광물질을 발라 감은 눈을 뜨게 하는 심봉사의 기적을 목격하고 싶은가. 동물이 아닌 척 감자 껍질을 뒤집어 쓰고 죽은 척 하고 있는 포유류의 살코기로 부처의 지혜를 경험하고 싶은가. 책을 펼치시라. 평범하고 버려진 세상 속에 진실의 힘을 끄집어 내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기적을 내가 오늘 여러분 손 위에 비밀스레 놓아 드리겠다.

다만 묘약이 아닌 묘기를 바라는 자는 책을 덮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의사의 칼은 구원을 하지만 자객의 칼은 살인을 한다. 선한 마음 없는 사람의 손에 들어간 묘약은 산불에 던지는 짚더미에 다름없다. 묘약을 알고 다루는데 있어 부디 세상을 돕는 선한 마음을 무엇보다 먼저 준비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물론 아주 작고, 악의없고, 신나고, 천재적인 장난을 위해 묘약을 사용하려는 이들에겐 행운을 빈다. 신이 안 나는데 어떻게 세상을 구하겠는가! 나 역시 잠 든 사람들 콧구멍에 새벽 이슬로 열 번 씻은 구더기 가루를 집어 넣어 꿈속에서 급똥에 시달리게 하는 재미를 종종 맛보곤 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여러분이 이 책을 열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제1장. 변신&능력


나는 여러 묘약들 중에서도 인간이 모습을 바꾸거나, 원래는 없던 능력을 만들어주는 묘약들을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이 묘약들이 다른 묘약들에 비해 특별히 강하거나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니라 이 놈들이 묘약 중에 가장 '신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새로운 모험 앞에서 밥을 든든히 먹어 둔다거나 경건한 마음을 가진다거나 양말을 여러 겹 신어두는 대신 신나야 할까. 그것은 다음 중 어떤 말을 외치며 모험을 떠난 이가 가장 성공적인 모험을 즐길지 짐작하며 생각해 보자.


이번 모험은 정말 과학적일 것 같아.

이번 모험은 충치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군.

맙소사, 신난다!


그렇다. 신 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끈질기고 힘세고 운 좋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야 말로 누구보다 환상적이고 다양한 모험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이제 여러분도 뛰는 가슴을 끌어안고 신비한 묘약의 세계를 향해 함께 힘 찬 첫 발을 내디뎌 보자.


1-1. 지혜의 묘약, 달리는 감자말 육포.


영국의 묘약 연구가 일라이 카본이 그린 감자말 스케치 (1987)


나는 지금 몹시 긴장된 마음으로 첫 문장을 쓴다. 여러분에게 첫 묘약을 소개하는, 바로 그 순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만 해도 오늘 아침 일어나 평소처럼 설탕을 섞어 중탕한 계란찜으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좋아하는 만화책을 10분 정도 읽고 침착하게 글을 쓰기 시작하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첫 문장에서 여러분도 알 수 있듯이 나는 벌써 흥분했고, 두려움과 설렘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펜을 제대로 움직이지조차 못 하고 있다. 후덜덜 후덜덜 후러덜덜덜.

우선 처음 소개할 묘약의 이름부터 여러분에게 전한다. 제일 처음 소개할 묘약을 고르기 위해 내가 몇 날 며칠 동안 얼만큼 고민해 왔는지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면 아마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이 묘약의 이름을 언급조차 못 할 테니 그 내용은, 아주 재미있을게 분명하긴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생략한다. 내가 여러분에게 처음 소개할 묘약은 바로 '감자말로 만든 육포'다. 이럴 수가, 말해버렸어!

이 묘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한 입 씹어 삼키는 것만으로 다섯 살 어린이도 회계사의 실수를 바로잡고 범죄자가 스스로 경찰서에 걸어 들어오도록 만들 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 어느 현인도 미처 생각 못 한 지혜와 어느 사전과 논문에도 다 나와있지 않은 세상 모든 지식을 육포가 순식간에 머리로 밀어 넣어 주기 때문이다.

감자말 육포는, 재료인 감자말을 포획하기가 무척 어렵고 감자말을 포를 뜨고 말리는 과정이 그 어떤 묘약의 손질과 제조보다 까다롭다. 정확한 제조에 실패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위험하다. 그래서 묘약을 만들고 사용하는 일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감자말 육포는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자말 육포를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는 바이다. 여러분이 모든 묘약을 얼마나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지 깨닫는 데 있어 감자말 육포에 대해 이해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 한 번의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을 떠올릴 수도 있고 제일 어려운 게임의 마지막 판을 깨뜨릴 묘책을 알아낼 수도 있다니 경이롭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서 만약 여러분이 야생미 넘치는 감자말의 질주를 직접 감상할 수 있다면, 태초의 진흙마저 떠올리게 하는 신선한 감자말의 냄새를 직접 맡아볼 수 있다면 여러분도 나의 이 선택이 정말 여러모로 탁월했다는 걸 실감하게 될 것이다.


첫 발견과 생태


감자말이 처음 발견된 것은 서기 632년 몽골로 전해진다. 고대의 몽골은 제국으로서의 면모는 아직 갖추지 못했을지언정, 드넓은 초원과 사막에 흩어져 있던 귀한 재료들을 탐구하고 개발하는 수많은 묘약 연구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묘약사에 길이 남는 명약들이 바로 이때, 여기서 탄생했다. 발톱이 깎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져 나가도록 하는 '빨간 토끼 눈물'이나 눈에 들어가서 도무지 빠져나오지 않는 눈썹을 녹아 없어지게 하는 '제비꼬리 가루 떡' 등은 지금도 널리 사용되는 인기 묘약이다. 그랬던 당시 몽골의 연구원, 24살의 암바가이는 어느 날 아침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던 밧줄에 두 다리가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된 감자말을 인류 최초로 발견했다.

감자말은 12cm에서 16cm 사이 크기의 감자 모양 몸통 양 옆에 사람 다리와 똑같이 생긴 다리 두 개가 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말과의 포유류다. 생김과는 달리 말과 97%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어서 감자'말'로 불린다. 보통 봄에 짝짓기를 하고 6개월 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가을에 출산하는데 출산 당시에는 2~ 4mm 정도인 아기 감자말이 3년의 성장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 30에서 40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서 사람들이 사는 집에 숨어 생활하면서 사람이 먹다가 흘린, 주로 사람의 침이 뭍은 곡물을 먹고 산다. 이 때문에 감자말은 곡식을 주로 먹는 아시아 일대, 밥을 잘 흘리는 가족들이 사는 집에서 보다 자주 목격된다. 낮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서 내내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활동한다.

첫 발견 당시,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일찍이 본 적 없던 생명체를 보고 암바가이는 그것이 보통의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손으로 잡아 올리자마자 감자말이 암바가이의 오른손 셋째 손가락 두 번째 마디 아랫부분을 믿을 수 없는 힘으로 걷어찼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암바가이가 오랫동안 고생하던 종기가 간신히 아물던 자리였다. 거의 다 나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상처였지만 앙팡지게 힘을 준 작은 발가락이 쑤시듯 걷어찼을 때 암바가이는 막심한 통증과 함께 정신이 흐트러져서 하마터면 감자말을 놓칠 뻔했다. 감자말을 잡은 손에 다시 간신히 힘을 주며 암바가이는 혼란에 휩싸였다. 상대방의 상처를 공격해서 탈출을 도모하는 것은 보통 동물의 지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인데. 게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상처의 존재를 알고 있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냄새로? 시각으로?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내 천막 안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나를 지켜봐 온 것일까? 암바가이는 시간을 두고 감자말을 관찰하며 많은 질문의 답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리스의 코린투스식 투구 안에 감자말을 집어넣어 가두었다. 이 투구는 암바가이가 흑해 남부지역을 여행하다가 구해온 것이었는데 눈과 코, 입 부분이 뚫려있었지만 감자말의 크기에 비해 그 구멍들이 다 작아서 감자말 위에 올려놓으면 감자말이 빠져나갈 수 없는 동시에 구멍을 통해 안 쪽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암바가이는 감자말을 가둔 투구를 나무로 된 탁자 위에 올리고 투구의 위와 옆에 무거운 잡동사니들을 마구잡이로 쌓아 올려서 감자말이 투구를 밀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게 밤이 됐다. 종일 투구만 바라보던 암바가이는 문득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갇힌 감자말은 그때까지 미동도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자 아주 작은 숨소리만 들릴 뿐, 여전히 움직이는 기척은 들려오지 않았다. 암바가이가 경계를 늦출 때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게 분명했다. 자리에 누운 암바가이는 시간 차를 조금 둔 뒤 일부러 코 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감자말이 들어있는 투구를 노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감자말이 투구의 구멍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다리를 투구 밖으로 내밀어서 근처의 주머니 하나를 끌고 왔다. 이내 감자말은 믿을 수 없이 정교하게 발가락을 놀려서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꺼냈다. 암바가이가 수메르에서 가지고 온 비트리올이었다. 오늘날 유황으로 불리는 비트리올은 당시 사람들이 피부병이나 변비, 기생충, 관절염, 요통 등에 두루 쓰는 약이었다. 대체 저것으로 무얼 하려고. 호기심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암바가이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도 모른 채 감자말은 이내 자신의 거친 발뒤꿈치를, 투구가 놓여 있던 나무 탁자에 빠른 속도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탁자에서 곧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내 감자말이 비트리올이 들어있던 천 주머니를 연기 속에 던졌다. 연기가 작은 불길로 변했다. 그 불길 안으로 감자말이 비트리올을 밀어 넣고 동시에, 자신의 정수리를 불 쪽으로 기울였다. 감자말의 정수리가 십자로 갈라지며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현재 감자말의 침으로 불리는 이 물질은, 성분과 기능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날 그 시간, 유황과 산소를 결합시키며 황산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이후 비트리올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감자말을 가두고 있던 두꺼운 무쇠 투구를 고무처럼 후둘 후둘 녹여버렸기 때문이다.


감자말을 개발하려는 연구원들의 사투


발견한 지 수 천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직 감자말의 침 성분조차 제대로 모른다. 그것은 감자말의 꾀가 경악할 정도의 수준이라서 채집과 관찰, 사육이 모두 어렵기 때문이다. 감자말을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채집하자마자, 감자말이 탈출하기 전에 육포로 만들어버리는 것뿐이다. 그냥 두면 어디에 어떤 수로 가두어 두었든지 감자말은 반드시 탈출하고, 우리는 감자말에 대해 좀 더 알아낼 기회뿐만 아니라 감자말로 묘약을 만들 기회까지 잃어버린다. 이에 고민하던 영국의 묘약 연구원 일라이 카본은 1987년, 감자말 육포를 섭취해서 얻은 지혜를 통해 감자말의 채집과 사육 방법을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육포를 씹고 감자말의 사냥과 사육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순간, 일라이는 가슴에 격심한 통증을 느끼고 울부짖으며 바닥을 뒹굴다가 병원에 실려갔다. 곧장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 12시간에 걸친 대 수술을 받은 일라이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중환자실에서 10개월 간 빠져나오지 못하며 오랜 시간 사경을 헤맸다. 회복을 한 후에도 일라이는 신경 손상으로 오른쪽 다리 기능을 70% 이상 상실했고 2025년 현재까지 사고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우리의 묘약 연구원들은 이것이 감자말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지고 있는 희귀한 형태의 신경독 때문일 것으로 짐작하는데 역시 감자말의 연구에 한계를 갖고 있는 지금으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시 고대의 몽골로 돌아와, 감자말이 비트리올과 침으로 황산을 만들어 투구를 녹인 그 순간, 암바가이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시대 어떤 인간도, 17세기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내기 전까지 황산이라는 물질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 다만 암바가이는 미신과 마법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조차 이치에 맞는 설명이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마법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세상의 이치를 통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는 감자말의 지식이나 지혜가 보통 인간과는 수준이 다르다고 확신했다.

감자말은 자신의 약한 심장을 북돋우고 소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달린다. 반복되는 달리기를 통해 단련된 감자말의 다리 근육에서는 동물의 뇌를 극단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성분이 만들어지는데 감자말은 이 성분을 감자 모양의 배에 축적한다. 우리가 만드는 감자말 묘약은 바로 이 성분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 만큼 감자말의 크기가 크고 다리가 튼튼할수록 우리는 더 강한 효과를 지닌 묘약을 얻을 수 있다. 1821년 2월 7일, 그리스의 독립운동가이자 묘약 연구가였던 알렉산드로 입실란티스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발견한, 무려 24.7cm에 이르는 거대한 감자말이 지금까지 최고 크기의,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닌 감자말로 전해진다. 입실란티스는 이 감자말을 가공해서 만든 육포로 기막힌 승리의 묘책들을 연달아 떠올려서 그리스가 터키, 당시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독립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거대한 감자말에 관한 소문을 듣고 묘약을 훔치려던 도둑들이 어찌나 많이 찾아왔던지 입실란티스 집 1층 뒷문 손잡이에 새겨진 부엉이 무늬가 일 년도 되지 않아 닳아 없어졌다고 한다.

다시 몽골. 투구를 녹이고 빠져나온 감자말은 고개를 돌려 암바가이를 봤다. 감자말은 눈도 코도 입도 없지만 암바가이는 왠지 모를 이유로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이어서 감자말은, 역시 암바가이의 느낌에 따르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쏜살같이 사라졌다. 암바가이는 너무 빠른 속도로 사라진 감자말이 혹시 땅으로 스며들거나 하늘로 솟구친 게 아닐까 생각하고 혼란스러워했는데 이것은 감자말이 시속 300km을 육박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때문이다. 막강한 다리힘을 가진 감자말은 달리는 속도도 빠르지만 바닥을 박찰 때의 힘이 엄청나서 감자말이 사는 집 마루 바닥은 길이 3~5mm 크기의 타원형 상처가 많이 남는다. 만약 여러분의 집 바닥에 패인 상처가 많이 보인다면, 그리고 매일 조금씩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 그 집에 지금 감자말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냥법


여러분의 집에서 감자말의 존재가 의심된다면 그 감자말을 어떻게 사냥해야 할까. 이렇게 꽤 많은 감자말을 사냥하는 것이 대체 가능은 한 것일까. 암바가이가 그랬던 것처럼 거실 바닥에 밧줄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감자말이 실수로 걸려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소용없는 짓이다. 암바가이가 감자말을 발견한 처음 이후, 같은 방법으로 감자말을 사냥했다는 보고는 전 세계에 단 한 차례도 없다. 암바가이 본인 역시 같은 방법으로는 단 한 번도 감자말 사냥에 다시 성공한 적 없다. 사실 감자말 연구를 계속해 온 많은 연구원들은 '확실한 사냥법을 고안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사냥법을 만들어낼 때마다 감자말이 이를 피할 방법을 재빠르게 떠올려서 자기들끼리 정보를 나누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암바가이가 감자말을 잡을 때 주로 사용했던 다음의 방법이 감자말 사냥에 아직까지 제일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것 같다. 비록 이 방법으로 잡을 수 있는 감자말의 수가, 감자말이 바글바글한 집 안에서도 일 년에 두 마리도 채 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소개할 코트 먼지 스크럽*(주석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구 웃도록 만든다. 암바가이가 살던 시대에는 코트가 없었기 때문에 암바가이는 입지 않고 구석에 묵혀둔 옷을 털어 그 먼지로 스크럽을 만들어 썼다)을 마루 바닥에 미리 넉넉하게 발라두고 거실을 비워두면 어느 날 밤, 여러분은 웃느라 숨 넘어가고 있는 감자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웃음이 터진 감자말은 정수리의 입에서 침을 흘리며 다리를 경련하듯 떨고 바닥을 느린 속도로 굴러다닌다. 이 상태의 감자말은 손으로도 쉽게 주워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감자말을 잡은 기쁨에 크게 사로잡혔더라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가공을 시작해서 탈출의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아니면 감자말은, 반드시 탈출한다. 어느 연구원은 자신이 잡아 플라스틱 통 안에 넣어둔 감자말이 그 플라스틱 통 안에 주먹 크기의 화이트홀을 만들어 다른 차원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감자말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거짓말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가공법과 부작용.


처음 잡은 감자말을 놓친 그날부터 암바가이는 감자말의 지혜를 인간의 몸으로 옮겨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체 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감자말의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내기까지 무려 273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그 사이 이 일에 평생을 몸 바친 연구원의 수가 72명, 그 위험한 부작용에 노출돼 목숨을 잃거나 곤경에 처한 연구원의 수가 무려 27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잡은 감자말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먹으면 등에 이빨이 빼곡히 돋아나며 온몸의 칼슘이 소모돼서 심각한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감자말은 반드시 다리를 떼어내고 깨끗하게 씻은 뒤 몸통을 0.5미리 이하 두께로 얇게 썰어서 해가 강한 곳 아래 두고 일주일 가량 말려 쓴다. 다리 부분을 섭취하면 말려서 먹더라도 신장이 망가져서 심할 경우 이식까지 필요하므로 떼어낸 다리는 아무리 냄새가 고소해도 먹지 말고 반드시 폐기하자. 살코기를 말릴 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거나 자주 환기를 해야 한다. 감자말이 건조 과정에서 뿜어내는 가스가 배고픔을 잊게 하기 때문이다. 감자말을 말리는 옆에서 연구에 몰두하느라 밥때를 수 십 번 놓친 코스타리카의 한 연구원은 실제로 굶어 죽고 말았다. 가스를 오래 맡지 않도록 조심은 하되, 밤 낮 없이 살코기가 말라 오므라드는 모양을 가까이에서 자주 살피며 육포 위에 생겨나는 주름의 모양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주름의 모양에 8자가 떠오르면 그 육포를 먹은 사람은 머리 가운데가 도로가 나듯 탈모가 생기고, 길이 난 곳으로 몸의 체액이 흘러나와 이마에서 얼굴까지 물처럼 흐른다. 보름에서 17일가량,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심한 탈수로 고통을 겪는다. 만약 주름에 소용돌이 모양이 나타난 육포를 먹으면 사람 허벅지에 감자말 다리가 주렁주렁 돋는다. 수술로도 제거할 수 없으며 평생토록 아주 가렵다. 주름에 구름 모양이 떠오르면 육포를 먹고 식중독에 걸린다.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진 않지만 2 ,3일간 심한 설사에 시달리고 어지러움증, 두통, 가벼운 탈모를 겪는다. 어떤 모양이든, 건조 중인 감자말 육포 위에서 위와 언급한 모양의 주름을 발견하면 재빨리 육포를 집어 들고 바닥에 힘껏, 빠르게 5번 이상 내리치면서 '배고프다 이 놈아, 배가 고프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도록 하자. 뜻만 정확하다면 방언을 포함하여 어느 나라의 말로 해도 괜찮다. 몇 번 후려치는 것만으로도 주름은 깨끗하게 펴진다.


사용법


육포가 완성되면 역시 집중해서, 송곳니만을 이용해 10그람을 정확히 3분 동안 씹으며 마음속으로 착하고 좋은 생각만 떠올리고 3분이 지나면 삼킨다. 씹는 시간을 더 짧게, 혹은 오래 해도 약효가 나타나지 않으며 10그람을 넘게 먹으면 석 달 동안 오만해지고 10그람에 못 미치게 먹으면 석 달 동안 아둔해진다. 송곳니가 아닌 이빨을 사용해서 씹으면 육포가 입 안에서 녹아 끈적지면서 혓바닥과 입천장, 이빨과 볼 안쪽이 헐고 묘약으로서의 기능도 발휘하지 못한다. 씹는 동안 범죄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남에게 피해를 줄 생각을 하면 입 안의 육포가 당장 뛰쳐나와 당신의 콧잔등을 잡아 비틀고 호되게 후려칠 것이다.

한 번 육포를 씹으면 효력은 5분 간 지속된다. 5분 동안,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지혜와 지식을 얼마든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완성된 육포는 냉동실에서 밀봉 상태로 3년 간 저장할 수 있다.



(앞으로 묘약 시리즈는 매주 월, 목 2회 연재됩니다)


2편은 여기로 오세요~

https://brunch.co.kr/@91ed9e8921ee4b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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